'혐의 불충분' 이유 불기소 처분으로 재수사 종결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검찰이 지역구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게 다시 면죄부를 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아베 전 총리를 혐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는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아베 후원회가 이른바 '벚꽃(사쿠라)을 보는 모임' 전야 행사에 참석한 지역구 유권자 등에게 일부 식사 비용을 보전해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촉발된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됐다.
아베는 2차 집권을 시작한 후인 2013년부터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4월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정부 봄맞이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지역구 야마구치(山口)현 지지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이들은 도쿄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아베 신조 후원회'가 주최하는 전야 행사에도 참가했다.
이 행사의 최저 비용이 음식값 등으로 1인당 1만1천엔이었지만 참가자는 5천엔씩만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베 측이 차액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가 이를 문제 삼아 작년 1월 아베를 고발한 데 이어 변호사 등 약 1천 명으로 구성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추궁하는 법률가 모임'이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기부행위)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수사를 맡은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2월 21일 피고발인 조사를 벌인 직후 아베가 비용 보전에 직접 관여한 증거가 없고, 행사 참가자들이 향응을 받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아베를 불기소했다.
다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열렸던 행사로 국한해 약 3천만엔 규모의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비서 한 명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아베는 불기소처분을 받은 작년 12월 24일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이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작위로 뽑는 유권자로 구성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기구인 검찰심사회가 지난 7월 불기소가 부당했다고 의결해 재수사가 진행됐다.
재수사에 나선 도쿄지검 특수부는 결국 구체적인 재수사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1차 불기소 판단을 변경할 만큼의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검찰심사회 의결 내용을 묵살하고 재차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와이 도모아키(岩井奉信) 일본대학 명예교수(정치학)는 아사히신문에 "(검찰이) 불기소를 전제로 재수사를 벌인 인상을 주고 있다"며 "더욱더 수사를 철저히 해서 법원에 판단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고발인으로 검찰심사회에 이의를 제기해 재수사하게 만든 '벚꽃을 보는 모임을 추궁하는 법률가 모임'은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했다는 정보가 없다"며 "이번 불기소는 건성으로 진행한 재수사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베 전 총리는 "엄정한 수사의 결과로 (재차) 불기소로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泉健太) 대표는 "불기소는 하나의 결론이지만 불투명한 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야당 차원에서 재조사를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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