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계약보다 현물시장 선호한 것이 유럽 가스위기 원인 중 하나"
"내년 상반기 말에나 '노르트 스트림-2' 가동 EU 승인 나올 듯"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박의래 기자 =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늘릴 준비가 돼 있지만, 이를 위해선 장기계약이 필요하다고 러시아 부총리가 밝혔다.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29일(현지시간) 현지 RBC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물리적으로 (가스) 채굴과 공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면서 "러시아의 자원 시설은 어떠한 양이든 유럽의 수요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엔 장기 계약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채굴 증대를 위해선 장기적으로나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부터 8년 이상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던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장기 계약을 체결하라. 그러면 우리도 더 많이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제안은 항상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폿(현물시장)이나 액화천연가스(LNG)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럽 가스 공급의 기반을 보장할 장기 계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유럽 가스 시장 위기의 원인에 대해선 가스 부문에 대한 투자와 장기 계약 거부, 자체 가스 생산 감소, 지난겨울의 한파, 올겨울 재현될 한파 예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여름 유럽 시장으로 공급될 미국·카타르·호주 등의 LNG가 더 유리한 가격을 좇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방향을 틀면서 유럽에 가스 부족이 발생했고 그 결과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겨울이 길어 가스 수요 증대 시기가 늘어나면서 저장고를 채울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점도 가스 부족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EU 당국이 은행들에 석유·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지 말도록 권고하면서 새 가스전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향후 가스 부족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박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의 공급 제한 등으로 최근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러시아 가스프롬은 이날까지 9일째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지난 21일 자부터 이 날짜까지 야말-유럽 가스관의 물량 확보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통상 1천㎥당 300~400달러이던 유럽 현물시장 가스 가격이 지난 21일 한때 2천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고, 이후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박 부총리는 유럽 가스 가격 안정화 전망에 대해 "언제 가격이 내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유럽의 수요를 모두 충족할 공급이 필요하다"며 "유럽의 모든 수요가 러시아와 알제리, 노르웨이와의 장기 공급 계약으로 보장된다면 가격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완공 후 가동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이 시작되는 시기와 관련, 노박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 말에나 독일과 유럽연합(EU)의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르트 스트림-2는 발트해의 해저를 가로질러 독일로 연결되는 1천230㎞ 길이의 가스관이다.
지난 9월 완공됐지만 독일 당국은 가스관 가동 승인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독일 당국의 승인이 떨어져도 EU 행정부인 유럽 집행위원회에서 추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는 "내년 상반기 끝 무렵이 '데드라인'"이라며 "승인 절차가 빨라지면 훨씬 일찍 공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EU가 노르트 스트림-2 승인과 관련해 추가 요구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독일 당국은 EU 에너지 규정에 따라 가스 공급사와 운송사는 분리돼야 한다며 가스 공급사인 가스프롬에 별도의 운송 자회사를 독일 내에 설립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석유 시장 전망과 관련 노박 부총리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이 일평균 1억 배럴로 올해보다 4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2030년에는 1억1천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배럴당 약 75달러인 유가가 내년에 65~80달러 수준으로 유지되면 러시아는 편안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cjyou@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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