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보험 등 금융영역 영향력 차단 차원 분석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당국의 강력한 핀테크(금융기술) 규제 기조 속에서 가입자가 1억명을 넘는 알리바바 계열 의료비 상조서비스가 운영을 중단한다.
29일 상하이증권보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의료비 상조 플랫폼인 샹후바오(相互寶)는 내년 1월 28일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출시된 샹후바오는 가입자들이 서로 의료비가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보험 상품처럼 정해진 기간 미리 일정한 금액을 내고 약정된 보장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가입자 중 의료비가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그때 가입자들이 해당 의료비만큼 돈을 갹출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샹후바오 출시 첫해 가입자들이 각자 낸 평균 지급액은 29.17위안(약5천400원)이었다. 이후 가입자 부담액이 점차 오르기는 했지만 연간 최대 부담액은 188위안(약 3만원)으로 제한됐다.
이 상조 서비스는 공공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중국의 서민층과 지방 소도시 거주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
중국의 공공 의료 보험은 지방별로 따로 구축돼 있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나가 일하는 사람들이 현지에서 병원 치료를 받으려면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비싼 의료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샹후바오 출시 이후 이 서비스를 통해 의료비 지원을 받은 가입자들은 약 18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핀테크 전반 규제를 강화 중인 중국 당국이 인터넷 기반 의료비 상조 서비스를 통제권 밖의 '유사 보험'으로 간주하면서 샹후바오와 비슷한 서비스들은 계속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앞서 메이퇀(美團)의 메이퇀후주(美團互助), 바이두(百度)의 덩훠후주(燈火互助) 등 10여개 대형 인터넷 의료비 상조 서비스도 운영을 중단했다.
핀테크 분야 규제 문제를 놓고 과거 오랫동안 알리바바 같은 대형 인터넷 기업과 중국의 감독 당국이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공개 석상에서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낡은 규제'라고 정면 비판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당국은 금융 안정, 반독점,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반대 등 명분을 앞세워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전면 규제에 나서면서 이제 힘의 균형이 완전히 당국 쪽으로 기울었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 등 빅테크 계열 핀테크 업체들이 더는 규제 사각에서 정식 면허를 받지 않은 채 수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의 우위를 이용해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기관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은 기술 부문이 금융 부문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며 "(의료비) 상조 서비스 중단은 중국 핀테크 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최근 나타난 신호"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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