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인 왕단(王丹·52)의 어머니 왕링윈(王凌雲)이 뇌출혈로 별세했다고 홍콩 명보가 29일 보도했다. 향년 86세.
미국에 망명한 왕단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 인생을 통틀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심한 적은 단 두번인데 첫번째는 1989년 6월 4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2021년 12월 27일"이라며 어머니가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고 알렸다.
왕링윈은 베이징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후 은퇴할 때까지 40여년 중국국립박물관에서 일한 지식인이다.
왕링윈은 아들이 톈안먼 시위로 구속된 직후 당국에 50일간 구금됐으며 그로 인해 다리 근위축증을 앓게됐다.
왕단은 톈안먼 시위로 4년을 복역했고, 이후 국가 전복 혐의로 다시 체포돼 1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1998년 치료 목적으로 가석방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동아시아언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9년부터 대만 대학들에서 교편을 잡았다.
2017년 미국으로 돌아간 왕단은 중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고, 중국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다.
왕링윈은 아들이 7년 가까이 복역하는 동안 당국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석방 운동을 펼치며 국제사회에도 이름을 알렸다. 아들이 미국으로 망명한 후에는 베이징에서 당국의 감시를 받으며 살았다. '관샹잉 평전', '아득한 세월 - 내 아들 왕단' 등의 저서를 남겼다.
명보는 "왕단은 톈안먼 시위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지명수배자 명단에서 첫번째 위치를 차지했고 그로 인해 왕링윈도 함께 고초를 겪었다"며 "왕단의 동지들은 왕링윈이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추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단은 "어머니는 나를 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중국 당국에 감히 맞섰고 국제 사회에 나의 석방을 호소했다"며 "어머니의 가장 큰 소망은 말년을 베이징의 자택에서 아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었지만 그런 날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지 못하셨다"고 말했다.
왕단은 중국 정치사범의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어머니의 이름으로 10만달러(약 1억1천800만원)의 인도주의 기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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