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가정서 친부 약혼자가 장기간 폭력…이웃들도 '수수 방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베트남에서 8살 여아가 학대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혼한 가정에서 친부 및 친부 약혼녀와 함께 살면서 장기간 폭력을 당하다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또 오랜 기간 지속된 폭력 과정에서 이웃 등 외부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간 뚜오이쩨와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호찌민시에서 8살 난 A양이 병원 구급차에 실려 왔지만 숨졌다.
의사는 A양 피부에 난 멍 자국 등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용의자로 친아빠의 약혼녀로 집에서 함께 사는 26살 응우옌 짱을 붙잡았다.
A양 부모는 약 1년 전 이혼한 뒤 A양은 아빠가, 남동생은 엄마가 각각 양육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짱은 집안일을 시키면서 매로 때리곤 했는데, 이게 부러지면 나무 막대기로 바꿔 체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도 수개월 동안 A양의 집에 여야가 우는 소리는 물론 매 맞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호찌민시 봉쇄 조치가 이뤄지면서 이동이 제한되자, 그 소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 자주 들렸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일부 주민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했지만, 매질은 계속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짱은 경찰에 사망 사건 당일 A양에게 공부를 가르치던 중 잘하지 못하자 나무 막대로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분 정도 지난 뒤 A양은 갑자기 구토를 시작했고, 친부가 귀가했을 때는 숨소리가 희미해져 구급차 편으로 병원에 실려갔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
친모 측은 친부도 대한 조사도 요구했다.
친모의 동생은 언론에 "부검 결과에 따르면 조카 몸에는 이미 과거에 많은 상처가 있었다. 아빠가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A양 친부는 경찰 조사에서 약혼녀가 A양을 회초리나 나무 막대로 종종 때린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VN 익스프레스는 전했다.
A양 친모는 이혼 이후 딸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계속해서 전 남편에게 밝혔지만, 남편이 거부하는 바람에 사망 소식을 듣기 전까지 딸을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사건 이후 숨진 A양 명복을 기리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온라인 매체 징은 아파트 보안이 철저해 A양에 대한 폭행을 알기 힘들었다면서도, 앞으로 아동 폭력이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연락해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언론에서도 "아동 폭력이 가족 문제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베트남 지부는 성명을 내고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고 믿었던 이들의 손에 의해 발생한 어린 소녀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표한다"면서 "여성과 아동 폭력에 대한 무관용 정책 등 강화한 보호 시스템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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