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후 120일 이내 조건…미접종자는 열흘 격리
내달 10일부터 백신 접종자만 대중교통 이용 가능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을 맞으면 확진자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9일 밤(현지시간) 내각회의 후 이러한 내용의 자가격리자 관리 대책을 확정·발표했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추가 접종(부스터샷)한 지 120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확진자를 접촉해도 자가격리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한 지 120일 이내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은 열흘 간 공공장소에서 한국의 KF94에 해당하는 FFP2급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접촉 시점으로부터 닷새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120일이 지난 사람은 자가격리를 하되 그 기간이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되고, 백신 미접종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열흘 간의 격리 의무를 지닌다.
이러한 조건부 자가격리 완화는 국가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델타 변이에 더해 전파력이 월등한 오미크론 변이까지 더해져 확진자는 물론 자가격리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열흘 간의 자가격리 의무를 유지하면 경제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드레아 코스타 보건부 차관은 "정부 정책에 따라 백신을 맞은 시민들에게는 좀 유연한 규칙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정책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만8천3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무려 2만 명이나 늘었다.
확진자 밀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자 수도 300만 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만큼 생산·업무 현장의 일손 공백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아울러 내년 10일부터 버스·지하철·트램 등의 대중교통 수단과 음식점 실외 테이블, 스키 리프트에도 '슈퍼 그린 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슈퍼 그린 패스는 기존의 그린 패스와 달리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사람을 배제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다.
현재 실내 음식점·주점은 물론 박물관·미술관·극장·영화관·헬스장 등의 문화·체육시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슈퍼 그린 패스 적용 확대로 앞으로 백신 미접종자는 모든 형태의 음식점은 물론 대중교통 이용까지 제한받게 돼 일상생활의 불편이 더 커질 전망이다.
29일 기준 이탈리아의 백신 1차 접종율은 전체 인구(약 5천930만 명) 대비 80.1%, 접종완료율은 76.9%다. 추가 접종자 수는 1천854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섰다.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인구는 56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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