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만명씩 검사…백화점·명품매장·관광명소에 넘쳐나는 인파
당국은 강력한 조처 주저…파리 시내 '노마스크 활보'는 사라질 전망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저녁 식사를 같이한 친구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직장 동료가, 룸메이트가, 가족 구성원이….
프랑스에서 이틀 연속 20만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온 30일(현지시간) 검사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왜 검사를 받느냐고 물었다.
다른 나라로 출국을 앞두고 있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검사를 받는다고 대답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주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빅토르위고 광장 근처 검사소에서 만난 사뮈엘(31)은 직장 상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며 "증상은 없지만,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가장 가까운 검사소에 왔다는 그는 "확실히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주변에 늘어났다"며 "바이러스가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검사소 앞에서 대기 중이던 쥘리에트(42)는 10살짜리 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검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아마도 함께 어울리는 친구 중 누군가에게 옮은 듯한데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 수 없고,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이들처럼 가까운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정도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29일 집계된 20만8천99명 신규 확진 기록은 유럽 전체를 통틀어 최다 기록일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인구가 약 6천700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 역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30일에는 전날보다 확진자가 줄었지만 감소 규모는 2천명에도 못 미쳤다. '하루 20만'이 추세가 된다면 기존에 누적된 확진자를 차치하고도 1년이 채 안 돼 전 인구가 코로나19에 감염될 판이다.
전체 인구의 76.7%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서 병원에 가해지는 압력이 예전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바이러스가 턱 밑까지 쫓아왔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게 어렵지 않다 보니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검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번 신규 확진 폭증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약국에서 제공하는 코로나19 항원 검사는 10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비용은 22유로(약 3만원) 안팎이지만 사회보험카드가 있고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무료다.
보건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크리스마스가 낀 지난 20∼26일 이뤄진 코로나19 PCR 및 항원 검사는 684만7천건으로 하루 평균 97만8천명씩 검사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만 떼어놓고 보면 155만명이 검사를 받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검사 수요가 폭증하자 정부는 약국에서만 판매해온 자가검사키트를 이달 말부터 슈퍼마켓에서 2유로(약 2천700원) 정도에 판매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고 사상 최다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겨울방학과 연말 휴가 등이 겹친 파리는 연휴를 만끽하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캘린더 상으로는 평일임에도 많은 직장과 학교가 문을 닫은 이날 오후 백화점, 명품 매장은 물론 에펠탑과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 각종 관광 명소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파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샹젤리제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이 뒤섞여 인파를 이뤘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 만원이었고, 길거리 벤치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파리시청, 튈르리정원 등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느라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다수였다.
프랑스 정부는 기존 델타 변이보다 덜 치명적이지만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거침없는 확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강력한 조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우선 개학에 맞춰 내년 1월 3일부터 재택근무를 가능한 한도 안에서 의무화하고, 대형 행사 입장 인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내년 1월 15일부터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만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했고, 파리와 리옹 등이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파리의 경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위반자에게는 벌금 135유로(약 18만원)가 부과되는 만큼 앞으로는 넘쳐나는 도심의 인파 속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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