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조사…무덤까지 아파르트헤이트 거부하며 성당내 안장
(케이프타운=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고(故)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성공회 신부 출신인 투투 대주교의 장례 미사는 타보 막고바 현 케이프타운 대주교의 집전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하며 대성당 내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감안해 100명으로 제한된다.
가족과 친지만 60명 정도 참석함에 따라 국가정상급 참석도 극히 예외적이며, 투투 대주교의 오랜 친구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례 미사를 주관하는 관계자들은 12월 31일 성당 구내에서 가진 사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다만 투투 대주교의 마지막 가는 길은 국영 SABC방송을 통해 국내외에 생중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투투 대주교의 시신은 소박한 소나무 관에 덮인 채 지난 30, 31일 이틀간 대성당 내에서 낮 동안만 일반 참배객에 공개됐다.
이날 장례식 후 화장을 거쳐 성당 안쪽 제단 부근에 그의 유해가 안장될 예정이다.
브리핑 관계자는 장례 절차가 투투 대주교 생전 5년 전부터 협의를 거쳐 어느 정도 조율된 것이라면서 "투투 대주교는 죽어서도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조성된 무덤에 묻히길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투 대주교가 1986년부터 10년 동안 인종차별에 맞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세인트조지 대성당은 '피플(people) 대성당'으로 불릴 정도로 노조 등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세력의 정신적 후원기지 역할을 한 곳이다.
음쿠셀리 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장례 미사는 성찬용 빵을 나누는 성체 성사로 투투 대주교의 생애를 축하 속에 되새길 것"이라면서 "소웨토 가스펠 콰이어 등이 아프리카 토착 언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성공회 기성 찬양곡이 어울리는 레퀴엠 (진혼곡)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경 낭독은 영어, 아프리칸스어(토착 백인어), 투투 대주교가 속한 흑인 코사 종족의 언어 등으로 진행된다.
장례식까지 당일 성당 주변은 교통이 전면 통제되고 교회, 케이프타운시청, 대통령 경호팀 등의 조율로 통행도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투투 대주교는 지난 26일 90세를 일기로 케이프타운의 한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선종했다. 고인은 1984년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3년 타계한 흑인 자유투사 출신의 넬슨 만델라 남아공 초대 민선 대통령, 최후의 백인 소수 정권 대통령으로 2021년 11월 별세한 프레데리크 데 클레르크에 이어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남아공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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