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에서 'bioengineered'로 바뀌어
소비자단체 "생소한 표시 탓 소비자 혼란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이 새해부터 유전자변형식품에 그동안 소비자에게 익숙했던 'GMOs'(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대신 다른 용어를 표기하는 제도를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달 1일부터 유전자변형식품 표시 마크가 '생명공학식품'(bioengineered·BE)과 '생명공학적 제조 과정을 거친 식품'(derived from bioengineering)으로 바뀌며, 관련 정보를 설명하는 온라인 링크로 연결하는 QR코드가 제공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GMOs나 '유전학적으로 가공된 성분'(GE) 등 문구가 오래 사용됐다. 이들 표시는 주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는 했다.
농무부는 성명을 통해 "표시 기준을 통일해 주마다 규정이 다른 혼란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오히려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전자변형식품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의 경우 새 규정 탓에 해당 표시가 붙은 식품이 유전자변형식품인지 분별하는 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권익보호단체인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의 그레고리 자페는 "문제는 이 법이 소비자가 잘 모르는 '생명공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기존 표시였던 GMO가 유전자변형식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만큼, 이를 생소한 용어로 교체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영리단체인 식품안전센터(CFS)는 이번 조치에 따라 유전자변형식품 분류 방식도 바뀌면서 소비자가 이런 상품을 더 분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규정하에서는 업체가 유전적으로 가공한 식품인데도 해당 표시를 붙이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녹말이나 감미료 등 특정 식품 내 성분이 유전적으로 변형된 식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가공 작업을 거쳐 식품에서 해당 DNA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업체가 따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WP는 설명했다.
CSPI 수장 피터 루리는 "식품 회사가 유전자변형식품인지 드러내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알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새 표시 방식에 QR코드 등 디지털 링크가 삽입되는 것은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인구의 23%가 스마트폰이 없어 ARS 서비스나 QR코드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규정이 제품·유통 단계별로 임의로 적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표시 규정과 별개로 미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USDA ORGANIC), '비유전자변형식품 인증'(NON-GMO Project Verified) 등 비GMO를 구별하는 다른 인증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제조·수입·소매업체를 포함해 건강보조식품 업체도 이번 조치를 따라야 하지만 식당 등 요식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현시점에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기업에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소비자브랜드협회(CBA)의 벳시 부렌 선임 부회장은 "(식품) 기업이 소비자에게 필수적 재화를 공급하는 데 집중하도록 정부가 당장 조치를 취해 기업에 손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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