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고인류학자·코끼리 보호자 리처드 리키 박사 사망

입력 2022-01-03 08:59  

케냐 고인류학자·코끼리 보호자 리처드 리키 박사 사망
1970년대 호모 하빌리스·에렉투스 발굴…상아 밀렵과의 전쟁 앞장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저명한 고인류학자이자 코끼리 보호에 앞장선 환경운동가인 케냐의 리처드 리키 박사가 2일(현지시간) 77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날 "오늘 오후 리처드 리키 박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매우 슬픈 소식을 들었다"라며 그의 부고를 전했다.
1944년 역시 저명한 고인류학자였던 루이스, 메리 리키 박사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고인류 발굴자로 꼽힌다.

그는 원래 케냐 사파리 가이드였으나 23세 때 비영리 과학교육 지원기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로부터 케냐 북부 투르카나 호수를 연구할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고인류학에 발을 들였다. 당시엔 관련 학위도 없는 상태였다.
리키 박사는 1972년 '호모 하빌리스', 1975년 '호모 에렉투스' 등 인류 진화에 대한 상식을 바꿔놓는 유명한 고인류 화석을 무더기로 발굴하면서 주목받았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 표지에 그가 호모 하빌리스 모형 앞에 포즈를 취한 사진이 '인간이 어떻게 인간이 되었나'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실리기도 했다.
1984년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발굴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 그의 가장 유명한 업적으로 꼽힌다.
이 화석은 150만~160만 년 전에 살았던 청소년의 것으로, 투르카나 호수 근처 나리오코토메 강둑에서 발견돼 '투르카나 소년'이라고도 불린다.
리키 교수는 케냐의 상아 밀렵 사냥꾼에 맞서 코끼리 보호에 앞장선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9년 국가야생보호국의 수장으로 임명돼 밀렵꾼과의 전쟁에 나섰다. 그해 12t에 달하는 상아를 불태우면서 상아가 코끼리로부터 절단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무장한 코끼리 밀렵꾼을 보면 바로 실탄 공격을 하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로 거침없었다.
리키 교수는 1993년 자신이 타고 가던 세스나기가 추락해 두 다리를 잃었지만,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듬해 그는 밀렵 방지 활동에 미온적으로 변한 케냐 정부로부터 보호국에서 쫓겨나면서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리처드는 미브 리키라는 고인류학자와 결혼해 역시 고인류 연구자인 딸 루이즈 리키를 낳았다. 3대가 케냐에서 인류의 기원을 천착하는 '가업'을 이어가는 셈이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