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지역 농민 반발…"과도한 전력 소비에 농업에도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자국에 유치할지를 놓고 네덜란드 사회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플레볼란트주의 소도시 제이볼더 지방의회는 지난달 하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승인했다.
메타는 이 지역에 166만㎡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데이터센터에서 소요되는 전력은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전량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시설이 필요로 하는 전력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더타임스는 메타 네덜란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요량이 전체 네덜란드 풍력 발전량의 10%에 해당하는 1천380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에 환경단체들과 일부 전문가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환경연구그룹 CE델프트의 프란스 로이어르스 소장은 추가적인 전력수요를 천연가스나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으로 충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면) 친환경 에너지 생산 목표를 상향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제이볼더 지역 농민들도 농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유치한다는 지방의회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결국 네덜란드 상원마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네덜란드 정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 사용량이 논란거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덴마크에 설치된 메타 데이터센터는 2030년께엔 덴마크 전체 전력생산량의 15%를 홀로 소비할 정도로 많은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술기업의 유럽 허브로 자리매김한 아일랜드에선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2028년이면 국가 전체 전력생산량의 30%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국영 전력회사 차원의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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