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전문가, 안보·기본권 '두마리 토끼' 다잡은 '오버트 작전'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국제테러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2006년 다국적 안보활동인 '오버트 작전'(Operation Overt)이 대테러 정책의 모범으로 재조명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 테러 전문가 애키 페리츠는 2일(현지시간) 폴리티코 기고문을 통해 오버트 작전이 갖는 현대적 시사점을 주장했다.
시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국내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강력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게 요지다.
페리츠는 2006년 8월 9일 영국 경찰이 9·11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 모의를 저지한 오버트 작전의 성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체포된 테러 용의자들은 플라스틱병에 든 액체 폭탄으로 영국발 미국행, 캐나다행 여객기를 다수 폭파할 계획이었다.
이들의 체포는 서방 국가에 은신해 만행을 기획하던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주요 조직원들의 일망타진으로 이어졌다.
페리츠는 영국 경찰이 첫 용의자들을 제압할 때 자국 규정 때문에 총을 한 자루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군사작전도 유혈사태도 없이 적법절차에 따라 용의자들에게 접근해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수갑을 채운 게 전부였다.
페리츠는 이 같은 성과를 뒷받침한 동력으로 미국, 영국,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당시 유지한 공조체제를 들었다.
오버트 작전에는 800명이 넘는 영국 경찰관, 미국 백악관, CIA, 국가안보국(NSA), 파키스탄 정보국(ISI) 등이 참가했다.
파키스탄에서 훈련받은 영국인 용의자들을 잡기 위해 영국은 테러 모의자들의 동향 파악, 미국은 그들의 이메일 교신 분석, 파키스탄은 자국에 은신한 테러 지도부 위치 파악에 각각 주력했다.
이 같은 전문적이고 분업과 유기적 협력 덕분에 테러리스트들이 조용히 사회에서 적출될 수 있었다는 게 페리츠의 판단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뒤 외부의 적에게서 국가안보를 수호한다는 취지로 수년간 시민 기본권을 크게 제약했다.
오버트 작전은 국가안보와 기본권 사이의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는 사례로 주목됐다.
미국과 달리 테러를 치안 문제로 간주하던 영국과 협력하면서 미국의 과격한 국가안보론도 점차 수그러들었다는 평가다.
페리츠는 "2006년 액체폭탄 테러 저지는 시민들의 자유, 인권, 법치를 준수하면서 민주주의 국가 시민을 보호하는 길고 힘겨운 싸움에서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9·11테러는 한 국가 내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대테러정보를 통합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고 액체폭탄 테러 저지는 다른 국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페리츠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안보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유도 지켜야 한다"며 "역사가들은 오버트 작전을 모범으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테러의 위협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망각하는 일 없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우방, 적국이 모두 공조하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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