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수출 금지' 인니 "국익이 우선…내수 먼저 챙겨야"

입력 2022-01-04 10:53  

'석탄수출 금지' 인니 "국익이 우선…내수 먼저 챙겨야"
생산량 25% 싼값에 국내 공급 압박…5일 수출금지 결정 재평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력 부족을 이유로 석탄의 1월 수출을 전격 금지한 데 이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국익 우선'을 내세워 석탄 생산업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산 석탄 최대 수입국인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현지 당국은 오는 5일 발전소 석탄 공급 상황 등을 점검한 뒤 수출금지 결정을 재평가하기로 했다.



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헌법에 토양, 물, 천연자원은 국가 통제를 받고, 국민의 번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돼 있다"며 "광업, 플랜테이션, 천연자원 업체는 수출에 앞서 내수를 우선 공급해야 한다"고 전날 성명을 발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석탄 생산업자들이 생산량의 25%를 의무적으로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정책(DMO)은 절대적이고, 어떠한 이유로도 어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러면서 특히 "위반업체는 수출 허가뿐만 아니라 영업허가도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일시 금지 조치는 국제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산 석탄값은 작년 10월 톤당 158달러(19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DMO 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 전력공사(PLN)에 공급하는 석탄 가격은 톤당 70달러(8만3천원)로 제한돼 있어, 생산업자들이 의무를 지키지 않고 수출을 선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석탄공급과 관련해 국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으라고 에너지광물자원부와 국영기업부, 전력공사에 지시했다.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앞서 새해 1월 석탄 수출금지 공문을 업체들에 발송했다.
당국자는 "당장 수출을 금지하지 않으면 거의 20개 발전소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탄 생산·수출업체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정부와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석탄광산협회(ICMA) 판두 자흐리르 위원장은 "지금 정부의 주된 목적은 정전을 피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회원사 10곳이 전력공사의 석탄 부족을 해소하도록 돕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석탄업자들의 조기 수출 재개 의지가 크고, 석탄 생산량이 충분해 이번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재 긴급회의에서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조치가 국내 전력 수급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조코위 대통령은 성명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국영 석유회사 퍼르타미나와 민간기업 모두 내수를 우선시하고, 식용유 또한 국내 가격이 안정되도록 수출 상황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 생산의 55%를 차지하는데, 작년부터 팜유의 글로벌 가격도 상승한 상태다.
조코위 대통령의 이러한 내수, 국익 우선 정책은 원자재 수출국 탈피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자재 수출국에서 완제품·반제품 수출국으로 전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방침 아래 니켈 원광 수출을 2019년 10월 전면 금지했다.
당시 전 세계 니켈 원광 공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전면 중단하자 니켈값이 급등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배터리 주원료인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직접 투자에 나섰다.
조코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팜오일 원유(CPO)도 언젠가 수출을 중단할 예정이며, 석탄 수출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갈 것이라고 이미 여러 차례 예고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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