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감사의견 거절 땐 '퇴출·관리종목 지정 사유'
사업·감사보고서 오는 3월 제출 마감
대표이사, 주주들에게 사과 "현금 풍부 경영 문제없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잔디 이미령 기자 = 1천880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증시 퇴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5일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풍부한 현금 유동성으로 경영에 문제가 없다"며 "사태 해결과 횡령 금액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스닥시장 안팎에선 오스템임플란트가 직원의 횡령 금액을 모두 회수하더라도 퇴출 가능권에서 완전히 멀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감사인 감사의견 거절 땐 퇴출 사유…횡령 사건은
한국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등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2020회계연도 사업보고서와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2019년에 219억원 순손실에서 2020년 1천35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2021년 9월 말까지)까지 누적 순이익은 74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지난해 11월 15일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횡령 사건은 해당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아 회계법인의 재무제표 수정이 불가피하다.
3분기 재무제표에 횡령 금액이 영업 외 손실로 잡히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부실 회계처리와 감사로 기업과 감사인(회계법인)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횡령액 전액을 회수해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제출 전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적자를 피할 수 있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는 "횡령 금액 1천880억원은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약 59%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고 상당 부분 회수되면 재무제표 악화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횡령 금액을 모두 손실 처리하면 작년 당기순이익은 수백억 원 적자로 기록될 수 있지만, 반환되는 대로 반영하면 작년 순이익은 적지만 흑자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횡령액을 전액 회수해도 퇴출 가능성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54조에 명시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보면 최근 사업연도의 개별 재무제표 또는 연결 재무제표상 감사인(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거절, 부적정이거나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이면 관리종목 지정, 상장 폐지 사유가 된다. 이때 거래소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고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퇴출 여부를 가린다.
회사는 개선기간에 사유를 해소하고 동일 감사인의 적정 감사의견을 받아야 퇴출을 면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횡령과 배임 사건이 발생한 상장사의 감사의견이 모두 퇴출 사유인 부적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과거 횡령·배임으로 퇴출 대상이 된 상장사를 보면 기업사냥꾼 경영진의 횡령·배임이 발생한 한계, 부실기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는 그동안 우량기업으로 분류된 데다 시가총액 규모도 크고 영업도 정상적이어서 다른 횡령·배임이 발생한 상장사와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 사업·감사보고서 오는 3월 제출 마감…투자자들 '촉각'
12월 결산 상장사는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사업·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소집 통지 공고 시점이나 적어도 주총 일주일 전까지 전자문서 등을 통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거래소는 감사의견과 매출 등 연간 실적, 자본잠식 여부 등을 확인해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는지를 따져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3월 18일 제출하고 1주일여 후인 26일 주총을 열었다.
거래소는 우선 일차적으로 오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조사가 길어지는 등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15영업일 이내의 기간을 더 부여한다.
만약 다음 달에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20∼35일(영업일 기준) 동안 실질심사를 거친 후 기업심사위원회에 오르게 되고 여기서 상장 폐지 여부가 가려진다. 이때도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 및 개선기간, 상장사의 이의 제기 등을 고려하면 거래 정지는 상당 기간 길어질 수 있다.
여기에 3월 말 발표되는 사업·감사보고서까지 고려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