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국회 기재위 통과…기업들 "민간기업 확대 가능성"
"기업 고도 의사결정에 차질"…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 입법화 중단 촉구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재계가 반대해 온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이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최종 입법이 목전에 놓이자 기업들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입법화될 경우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거나 향후 노동이사제를 민간 기업에도 확대 적용하려는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기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 또는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선임된 노동이사는 기업 이사회에 참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여당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법안은 공공부문에 한정되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은 법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대기업에선 벌써부터 위기감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기업 이사회에 참가하는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면 노조의 규모와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노사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향후 노동이사제가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되면 기업 경영을 위한 고도의 의사 결정 과정에까지 노조가 참여하게 된다"며 "개별 기업 노조를 넘어 강성 노동자 단체의 입김이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의 영향력이 센 자동차·건설·조선 등 기업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이사는 기업생존보다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사업장 이전이나 인수합병 등 경영상 합리적 판단과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국회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중단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기업 이사회 기능 왜곡,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경제5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전날 공동 논평을 통해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강행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추가적인 입법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오전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 중 하나였던 노동이사제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 의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여당에 신속 처리를 당부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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