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문화가 경제·외교에서도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 입증"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질투가 나더라고요. 아주 매력적이에요"
한류가 유럽에서 기지개를 켜는 과정을 지켜본 '문화 강국' 프랑스의 전직 문화부 장관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솔직했다.
5일(현지시간) 파리의 사무실에서 만난 플뢰르 펠르랭 전 장관은 최근 한류 현상을 바라보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문화부 장관을 지낸 뒤 지금은 '코렐리아 캐피탈'의 대표로 있다.
그가 프랑수아 올랑드 내각에 입각한 시기엔 프랑스에서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류의 대표작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느냐'라고 묻자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은 문화가 경제, 외교에서도 강력한 도구라는 점을 입증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BTS를 좋아하면 음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패션과 음식 등에 관심을 두게 되고,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라고 하면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경제적 효과가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문화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던 때가 있지만 이제는 일본의 '망가'보다 한국의 '웹툰'이 더 유명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한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도 여기서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펠르랭 장관은 한류의 성공이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의 합작품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고 했다.
정부가 문화 영역에 손을 댔을 때 자칫 부작용이 나고 상황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한류의 성공 모델이 더욱 주목된다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한 나라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문화와 언어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지만, 프랑스가 이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고 펠르랭 전 장관은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는 자기 문화와 언어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도 문화가 가진 이와 같은 저력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펠르랭 대표는 올해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기사)장을 경제 부문에서 받았다.
그는 수훈에 대해 "모든 장관에게 수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직 장관에게 수훈은 일종의 전통과도 같다"며 "지금 하는 일이 프랑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역시 작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부 장관 이전 중소기업·디지털 담당 장관, 통상국무장관 등을 지냈던 펠르랭 대표는 2016년 퇴임 후 코렐리아 캐피탈을 세우고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그간 한국 기업 네이버가 주로 투자한 펀드로 유럽의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이 회사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펠르랭 대표는 "이제는 반대로 유럽에서 펀드를 모아 한국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 규모를 키워 유럽으로 확장할 수 있게끔 돕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펠르랭 대표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16세에 대학 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 17세에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에 진학한 후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 최고 명문 학교를 졸업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회계감사원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02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속한 사회당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 2007년, 2012년 세 번의 대통령 선거 때마다 사회당 선거 운동에 참여했던 그이지만 지금은 탈당했다.
사회당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더는 찾지 못해 지난 2017년 대선을 끝으로 당원 갱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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