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한 폐지에 차량용 LPG값 하루 새 갑절로…서민 분노 촉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 전국 곳곳에서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국가 비상사태가 선언되는 등 심각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달 초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가격상한제를 폐지한 조처를 계기로 촉발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장 자유화로 자국내 LPG 공급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보조금 지급과 가격상한제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셰브런과 엑손 등 외국계 에너지 회사들이 LPG 공급을 꺼리면서 천연가스 생산국이면서도 주기적으로 LPG 부족 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처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렀다.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저렴해 '빈자들을 위한 차량 연료'로 불리는 LPG 가격이 하루아침에 거의 갑절인 1리터당 120텡게(약 330원)로 뛴 것이다.
시위의 진원지로 꼽히는 유전지대 망기스타우주(州)의 경우 LPG가 차량용 연료의 90%를 차지한다.
가뜩이나 카자흐스탄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최고 9%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대중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상황이었는데, LPG 가격 급등을 부른 이번 조처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시위대는 "당국이 빈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에는 포브스 갑부 순위에 오를 정도의 거부가 다수 있지만, 1천900만 국민의 약 5%에 해당하는 100만 명가량은 빈곤선 아래의 삶을 살고 있다.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인 이번 시위는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상황으로 이어졌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시청과 대통령 관저 등에 난입하고,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대가 관청을 공격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진압대원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으로 비상사태를 확대 발령하고 야간 통금 조처를 내렸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를 촉발한 LPG 가격을 당초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지시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요 사태의 배경에 국제 테러 분자들이 있다며 러시아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옛 소련권 군사·안보 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카자흐스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번 시위가 아직 카자흐스탄의 석유 생산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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