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원자재 가격 부담 커질듯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여 만에 달러당 1천200원 선을 돌파하면서 가뜩이나 상승세를 탄 물가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분간 환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큰 만큼 수입 물가도 동반 상승해 물가 상승률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는 점이 변수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1원 오른 1,201.0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처음으로 달러 당 1,200원을 넘어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며 "연초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가 원화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전날(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조기 금리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 등을 시사하면서 이날 달러 강세 흐름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물가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환율 상승이 최근의 물가 오름세에 기름을 부을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특히 지금 수입 물가가 상당히 좋지 않은데 수입 물가 사정을 상당히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우윳값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도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1분기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을 비롯한 각종 물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을 키우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 강화되면서 수출 기업 수익성에는 환율 상승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자재 등을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경우에는 수입 가격 부담이 커져 결국 수익성도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 교수는 "각종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계속 상승하면 기업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실질소득이 사실상 감소하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재 수준의 환율이 한국 경제에 크게 부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경계해야 하지만 아직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이 1,200원 선에서 머무르고 더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수입 물가 영향이 일부 있더라도 한국 경제에 아주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큰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환율이 한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올라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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