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시위 확산에 러-서방 갈등 조짐…美 "면밀히 주시"

입력 2022-01-07 11:26   수정 2022-01-07 11:39

카자흐 시위 확산에 러-서방 갈등 조짐…美 "면밀히 주시"
러시아 군병력 투입…EU "일어나선 안 될 상황 떠올라"
시위대-진압 부대 유혈 충돌 사태는 갈수록 확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카자흐스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자,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의도를 의심하며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국가들의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카자흐스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CSTO에 군 파견을 요청하자 지체 없이 '평화 유지군'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에서는 형식상 국제기구의 평화 유지군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군대가 카자흐스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AFP통신은 CSTO에 대해 "러시아군이 주도하는 '미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면서 "러시아를 뺀다면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전했다.
러시아가 원유·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에 대해 구소련 국가로서 동맹 관계를 과시하자 서방 국가들은 즉각 경계심을 드러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군 투입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카자흐스탄도 잘 훈련된 대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외부 세력이 카자흐스탄 사회 침탈을 시도하는지, 인권침해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트위터에서 "일어나선 안 될 상황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러시아는 구소련 국가와의 유대감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이주민 사태 당시 벨라루스 측을 지원했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쟁에도 개입한 바 있다.
또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군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서방 국가들의 경계심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이다.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엔, 영국 등에서는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고, 프랑스는 "절제된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일부 도시에서 시작된 시위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까지 퍼진 이후 시위대와 진압 부대의 유혈 충돌 사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당국은 보안군 요원 18명이 숨졌으며 이 중 2명은 참수됐다고 전했다. 알마티 경찰은 또한 시위대도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인원만 2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
대통령 관저와 시청이 불에 탔고, 도로 곳곳에 불에 탄 자동차가 나뒹굴고 있다.

한때 시위대가 알마티 공항을 점령하면서 마침 현지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여전히 국내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압부대가 공항을 탈환했지만 아직 운영은 정상화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인터넷이 전면 차단됐고, 텔레그램, 왓츠앱 등 유명 메신저도 불통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금을 실시하고 있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외부의 훈련받은 테러리스트가 이런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으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LPG 가격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내각까지 총사퇴시켰으나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했다.
시위대는 오히려 토카예프의 전임으로 장기집권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을 비난하며 "노인네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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