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서 밝혀…"강도·범죄자들과는 협상 있을 수 없어"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최수호 기자 =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엿새째 과격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를 군이 경고 없이 조준사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AP,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로 방영된 대국민 담화에서 과격 시위대를 강도, 범죄자, 살인자 등으로 부르며, 이들과는 협상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당사자들이 협상을 진행하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 무슨 어리석은 소린가. 범죄자, 살인자들과 어떻게 협상을 한단 말인가. 우리는 국내와 외국에서 온 무장하고 훈련받은 강도들과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강도이고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대 도시) 알마티를 약 2만명의 강도들이 공격했다. 알마티와 다른 지역 당국이 공격 징후를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면서 보안당국의 대처 미흡을 지적했다.
이어 "왜 정부가 은밀한 테러 준비와 휴면상태의 반군 세포 등을 눈치채지 못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그들의 행동은 모든 지역의 군사·행정·사회 시설에 대한 명확한 (공격)계획 입안과 행동 조율, 높은 전투태세, 야만적 잔인함 등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소위 자유 언론매체와 외국의 운동가들이 카자흐스탄의 소요를 선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형태의 법률 파괴주의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테러 작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반군은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그들과의 싸움을 끝까지 밀고 가야한다. 항복하지 않는자는 제거될 것"이라고 단호함을 보였다.
이어 "상황 안정화에 따라 일부 지역의 인터넷을 일정시간 동안 연결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하지만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이 비방과 모욕, 선동적 호소를 자유롭게 게재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옛 소련권 안보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의 카자흐스탄 파견에 대해 "이 군대는 짧은 기간 (안전) 보호와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고 설명했다.
6일 카자흐스탄으로 파견된 CSTO 평화유지군에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 출신 군인들이 포함됐다. CSTO를 주도하는 러시아는 공수부대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카자흐스탄 외무차관 슈흐라트 누리셰프는 모두 2천500명의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에 배치될 것이라면서, 그들의 주둔은 며칠이나 몇주 간의 한시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선 지난 2일 연료값 급등에 불만을 품은 서부지역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고, 뒤이어 이 시위는 대규모의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에 국가비상사태와 야간 통금을 선포하고 군경을 배치해 치안 회복에 나서고 있으며, 진압 군경이 시위대와 무력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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