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위치기반서비스 표준약관 인용"…시민단체 "회사 위해 소비자 외면"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한혜원 기자 = 카카오[035720]가 위치기반서비스 이용약관을 변경하면서 향후 개정약관 시행 7일 후까지 소비자가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해 불공정 약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12일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자 지위에 맞춰 위치기반서비스 이용약관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카카오는 약관 변경사항을 적용일 최소 7일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공지 또는 통지한 경우 "공지·통지일로부터 개정약관 시행일 7일 후까지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면 약관에 승인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두고 카카오가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불리한 약관 조항에 동의한 것으로 돼 법률적 책임을 대신 떠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 등은 이용자가 동의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약관 승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플랫폼 기업이 그토록 이야기하는 '이용자 편의성'이 아니라 이용자를 '귀속'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상생 의지라면 최소한 약관 변경에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사용자환경(UI)을 만드는 등 한 명이라도 더 의견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위치정보지원센터의 위치기반서비스 표준 이용약관을 참고해서 추가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약관을 만들때 임의로 만들기보다 규정이나 법률 등을 반영해서 만든다"며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일부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치정보지원센터 표준 이용약관은 위치기반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세기업들이나 스타트업들이 약관 작성 방법을 잘 모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양식이며, 게시도 3년 전인 2019년 1월에 이뤄진 것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 대기업이 뒤늦게 이런 조항을 만들어 소급 적용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약관 변경사항을 알기 어려운데도 적극적 거부 외에는 동의로 본다는 것은 '플랫폼 편의적'으로만 보인다"며 "약관에 대한 사전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치정보지원센터 예산을 지원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이용약관 조항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치정보지원센터 이용약관이 변호사 자문이나 다른 약관 사례를 참고해 만들었지만 이 약관을 따랐다고 면책되는 것이 아니며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대 상황에 따라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재검토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이 사업별 특성에 맞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이번에 신설한 약관 조항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내린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 이용약관의 경우와 유사하다.
당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약관에는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해 약관을 개정할 경우 7일 또는 30일 이전에 공지하면서 고객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조항 등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무효"라고 판단하고 제동을 건 바 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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