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수익지표 정제마진, 배럴당 6달러까지 올라…공장 가동률도↑
국내 정유 4사, 올해 실적개선 전망…"에쓰오일 올해 최대 영업이익"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재작년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정유사들이 올해는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때 급락했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유행 등 변수가 남아있지만,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올해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달러 수준에 비하면 1년 만에 4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돼야 정유사들이 이익을 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수요가 급락하자 마이너스까지 내려갔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배럴당 1~2달러 수준에 그쳤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와 세계 경제 회복세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의 석유제품 재고가 부족한 상황인데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 여력도 이전보다 떨어지면서 석유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중단,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중단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석탄·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대체 수요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석유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정유사 원유 정제설비 가동률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된 지난해 11월 기준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정제설비 가동률은 76.2%로, 연초(71.7%)보다 다소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평균 8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 온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정제설비 가동률을 70%대로 낮췄으나 이후 정제마진 개선세에 따라 가동률도 조금씩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정유사들이 고공행진 하는 정제마진과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첫해인 2020년에 국제유가 급락, 석유 수요 실종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 당시 SK이노베이션[096770]과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4사는 총 5조1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석유 수요 회복 덕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올해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두 달 이내에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조7천912억원, 에쓰오일은 2조8천400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3천억원, 4천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올해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고,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역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올해 석유제품 공급 부족과 정제마진 강세가 예상된다"며 "백신 보급 확대로 차량 이동량 증가, 항공기 운항 증가 등 영향에 따라 올해 석유제품 수요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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