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들이 상장 한 달여 만에 900억 원대의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가 류 대표에 대한 내정 철회를 주장하면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주총에서 류 대표 선임안건에 반대표결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카카오페이는 금융혁신을 통한 초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3수 끝에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금융기업이다. 하지만 류 대표는 성과를 보여줄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불과 두 달 만에 카카오 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또한 그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회사 주식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당일 집단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 혁신을 공언했던 신생 금융기업의 경영진이 이처럼 주주가치 침해 등 '먹튀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 실망스럽다.
카카오 노조는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코스피200 지수편입일인 지난달 10일 44만여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직원들의 사기를 꺾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페이는 국내기업 최초로 '100% 균등 배분' 청약방식을 도입해 182만 명이 청약에 참여하는 등 이른바 국민주를 표방하며 기업공개 흥행에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한 달여만인 12월 10일,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이 날 류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 등 경영진이 대거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지분 매각에 나섰다. 류 대표는 460억 원, 신원근 대표 내정자는 60억 원 안팎을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대표와 신 내정자는 사태의 파장이 커지자 지난 4일 사내간담회에서 사과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류 대표의 추가매각 계획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주들의 분노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노조는 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한날한시에 900억 원대의 주식을 매각에 460억여 원의 차익을 거두면서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되는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공단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류 대표 선임안건에 반대표결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위원장은 "류 대표 사퇴 외에는 타협안이 없다"며 "쟁의 단계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지주회사 대표가 특정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해 주요주주가 되면 해당 회사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류 대표가 지분을 정리했다고 설명한다. 총 71만 주 가운데 23만 주를 정리한 데 이어 남은 48만 주도 카카오 대표로 옮기기 전 전량 매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장사 경영진이 한날한시 보유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는 일로 알려졌다. 그것도 상장 한 달여 만에, 대형 호재로 여겨지는 코스피 200 편입 당일 매각이 이뤄졌다. '먹튀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영진이 당장의 차익 실현만 노렸지, 책임경영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은 등한시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 논란 등으로 창업주인 김범수 의장이 3차례나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간 바 있다. 이번 카카오페이 상장 시 류 대표가 해외사업에 비중을 둬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점을 부각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류 대표는 곧바로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고 그 과정에서 스톡옵션을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시켰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계열사의 기업공개도 줄줄이 예정돼있다고 한다. 신생 기업그룹의 모회사와 자회사가 잇따라 함께 상장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게을리하고 기업공개와 주식 차익 실현에만 몰두하는 기업과 경영진이라면 장래가 어두울 것이다. 카카오와 류 대표는 이번 사태가 왜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으며 파장이 커지는지 직시하기를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