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검문소에서 차량 통제…주거지에선 식료품점 등 문 열어
국영방송 "비상사태이므로 외출 자제" 반복…인터넷은 국영매체만 조회 가능
(알마티=연합뉴스) 김상욱 통신원 = 연초부터 유혈 반정부시위가 격화한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9일(현지시간) 오전 시위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6일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소련 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0)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된 이후 시위대와 진압군 간 총격이 전날까지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사흘 만에 진압군에 의해 완전 장악된 양상이다.
CSTO 평화유지군에는 러시아 공수부대도 포함됐다.
평화유지군과 카자흐스탄 보안군은 반정부 시위대가 한때 점거했던 시청사와 공화국 광장 등이 있는 도심 일대 관공서와 주요 시설물에 군경을 배치했다.
진압군은 또 도심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의심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전날까지 이번 소요 사태에 가담한 5천13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반정부시위대는 알마티에서 벗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영 방송은 8일 밤 알마티 서쪽 키르기스스탄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에서 진압군과 시위대 간 총격이 있었다면서 시위대가 버린 차량에서 자동소총, 권총, 수류탄 등 무기류와 함께 달러화, 유로화 등 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또 국영 '하바르24' TV는 전날 밤 부모와 함께 산책하러 나간 어린아이가 폭도(반정부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아 희생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마티 주도인 탈디코르간에서 무장 시위대가 교도소를 습격해 경비병력 3명이 숨졌다는 보도도 방송했다.
이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가스값 급등이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국가 전복을 노리는 테러 세력이 의도한 '테러'로 규정하고 반정부시위 진압을 '대테러작전'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의 방송으로 풀이된다.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반정부시위가 '테러세력'에 의해 기획됐다며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동조와 지지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같은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그동안 차단했던 인터넷 접속도 재개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조회할 수 있는 곳은 관영매체 한 곳이 유일하다. 이른바 '유언비어'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영방송은 정규방송을 하면서도 1시간마다 "지금은 비상 상황인 만큼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특히 방송은 대테러진압에 흩어진 시위대 잔당이 가정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당국에 신고해달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계엄령'이 내려진 도심과 달리 도심 밖 알마티 주거지역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반정부시위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휴일인 이날에는 식료품 상점과 약국, 슈퍼마켓 등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의 외출 자제 요구 속에 거리에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어 긴장감이 남아있다.
이날부터 국제전화 서비스도 일부 가능해졌다.
알마티의 경우 밤 11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통행금지령을 풀지 않고 있다.
반정부시위대의 모습이 사라진 지금 알마티 시민들은 오직 국영매체를 통해서만 돌아가는 상황을 가늠해보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 카림 막시모프 위원장과 제1부위원장 사마트 아비쉬 등 인사들이 지난 6일 '국가반역' 혐의로 체포된 것을 두고 현지에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이번 시위 사태를 기획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비쉬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조카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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