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관광명소인 '터키인의 계단'(Scala dei Turchi)이 붉은 산화철 가루를 섞은 물풀로 뒤덮여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영국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칠리아섬 남쪽 레알몬테에서 대서양 쪽으로 돌출해 있는 터키인의 계단은 해안에 노출된 큰 석회암이 파도와 바람에 의해 풍화돼 계단과 같은 독특한 모양을 띠고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과거 터키인들이 시칠리아를 침략할 때 주로 이곳을 통해 상륙해 터키인의 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드레아 카밀레리가 써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소설 '형사 몬탈바노'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이곳 석회암 지형이 훼손된 것은 지난 7일로, 바다에 맞닿은 부분은 바닷물에 의해 가루가 씻겨 내려갔지만 위쪽은 여전히 얼룩이 남아 '레알몬테의 자원봉사자들' 회원들이 씻어내고 있다.
넬로 무수메치 시칠리아 주지사는 "전 세계 관광객이 즐겨 찾는 아그리젠토의 관광명소인 이곳 백색 이회토(泥灰土) 암반이 더럽혀졌다"며 "이런 비겁한 짓을 저지른 자들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아름다운 값진 유산을 짓밟는 행위일 뿐 아니라 우리 섬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사법당국이 빨리 범인을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루이기 파트로나지오 아그리젠토 지방검찰청장은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제의 붉은 산화철 가루의 시료 검사를 시작했고 해당 지역의 가루 유통망을 대상으로 구매자를 추적하고 있다.
현지 경찰도 감시 카메라를 돌려보며 범행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한 주민이 19세기 문건을 근거로 이곳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몇 년째 현지 지자체와의 소유권 분쟁을 이어간 점에 주목하고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터키인의 계단은 2019년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했지만 이곳의 보존 상태가 열악하다는 지적에 따라 2020년 초 관계 당국에 의해 일시 폐쇄된 상태다.
이곳 석회 암반은 자연적으로 마모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도 인해 훼손되고 있다.
일부 관광객은 부드럽고 흰 석회석 조각을 몰래 가져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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