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에 '내로남불' 파티 참석 관료 신속 조치 주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코로나19 5차 확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고위직 수십명이 대거 참석한 '내로남불' 생일파티의 여파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전체 4명 중 2명이 정부 격리시설에 수용되게 됐다.
또한 중국 정부가 '애국자'만 입성하도록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꾸려진 입법회(의회)는 20% 넘는 의원이 해당 파티에 참석하면서 오는 12일 첫 회의부터 불완전한 출발을 할 전망이다.
전인대 홍콩 대표 마호파이(馬豪輝)는 10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자신과 아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지난 5일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하며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시설에 입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5일 경마장인 해피밸리 레이스코스에서 열린 마주들의 모임에 참석한 뒤 해당 확진자와 함께 회원제 식당에서 식사했다고 밝혔다.
해당 확진자는 지난 3일 전인대의 다른 홍콩 대표인 위트먼 헝(洪民·53)이 주최한 문제의 생일파티에서 확인된 3번째 확진자다.
이 확진자로 인해 5일 경마장을 찾은 1천800명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헝의 생일파티에는 입법회 의원 20명과 정부 고위관리 13명이 참석했으며, 참석자 중 첫 번째로 확인된 확진자와 연관된 약 100명이 격리시설에 입소했다. 헝을 비롯해 2명의 정부 관리와 4명의 의원이 포함됐다. 해당 파티에는 현재까지 약 2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보건 당국은 지난 7일 이 파티에서 확진자가 2명 발생해 참석자 170명 전원을 21일간 격리시설에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날 당국은 두 번째 확진자는 잘못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정정하면서 해당 사례와 연관됐던 약 80명은 격리시설에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파티 참석자도 계속 추가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는 격리시설행이 면제된 고위 관료 11명에 대해 대신 2주간 각자 휴가를 소진해 자택격리를 하면서 세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명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입법회 첫 회의는 전체 의원 90명 중 해당 파티에 참석한 20명이 불참한 가운데 열릴 전망이다.
앤드루 렁(梁君彦) 입법회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격리시설행이 면제됐으나 2주간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하는 16명의 의원에 대해 첫 회의에 불참하라고 권고하며, 정부 관리들처럼 최종 음성 확정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외출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입법회 규정상 단지 이들 20명의 의원 때문에 화상 회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며 "불참하는 의원들은 회의를 온라인 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에 대규모 모임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생일파티에 참석한 관료들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파티에는 캐스퍼 추이(徐英偉) 민정사무국장(장관급)과 레이몬드 시우(蕭澤) 경무처장, 아우가왕(區嘉宏) 입경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해당 파티 스캔들은 홍콩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방역 규정을 발표한 직후 터져 나와 공분을 샀다.
SCMP는 또 복수의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홍콩 정부에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처벌하라는 압력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지역감염 사례는 캐세이퍼시픽 항공 승무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캐세이퍼시픽 승무원 한 명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채 방역 규정을 어기고 외식에 나서 해당 식당발 집단 감염을 불러일으켰고, 또 다른 승무원의 어머니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채 댄스동호회, 교회 등 여러 집단 감염을 촉발했다.
SCMP는 "공중보건 긴급 상황이 빠른 속도로 람 장관의 정치적 위기가 되고 있다"며 "람 장관을 비롯해 아직 누구도 출마하지 않은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홍콩이 코로나19 5차 확산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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