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벌채 등으로 서식지 줄어 원주민-호랑이 영역 분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야생 호랑이가 시골 마을에 내려와 원주민을 해치고 달아났다가 사살되는 일이 벌어졌다.
10일 베리타하리안 등에 따르면 이달 6일 오전 9시10분께 클라탄주의 포스 비하이 시골 마을 주택 뒷마당에서 일하던 59세 남성이 호랑이에 끌려갔다.
그 남성의 딸은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뒷마당에서 혈흔이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에게 "아빠가 호랑이에 끌려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마을 사람들은 혈흔을 따라 주변 정글을 수색하다가 시신을 찾아냈다.
주변에 있던 호랑이는 마을 주민이 던진 창에 맞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
곧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고, 야생동물보호부(Perhilitan)에 협조를 요청했다.
야생동물보호부는 사냥꾼 등 12명을 현장에 투입해 호랑이를 쫓도록 하고, 주민들은 집 밖에 나오지 말라고 지시했다.
사건 다음 날인 7일 낮 12시 15분께 인근 정글에서 호랑이와 맞닥뜨린 사냥꾼은 "호랑이가 달려들어 어쩔 수 없었다"며 총으로 쏴 죽였다.
사살된 호랑이는 생후 3년, 120㎏ 정도의 수컷 호랑이로, 얼굴에는 전날 창에 맞아 생긴 상처가 확인됐다.
야생동물 보호 당국은 호랑이 사살이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포스 비하이 지역 마을에는 말레이반도 원주민인 '오랑 아슬리'(orang asli)가 모여 산다.
오랑 아슬리는 본래 정글 속에서 유목 생활을 했으나, 벌목으로 숲이 점점 줄고 식수난을 겪으면서 전통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호랑이들 또한 서식지가 줄면서 먹이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오는 등 오랑 아슬리들과 영역 분쟁이 생기고 있다.
포스 비하이 지역 마을에는 작년 말 호랑이 세 마리가 출몰해 야생동물보호부가 덫을 설치하기도 했다.
6일 호랑이에 물려 숨진 남성도 원주민인 오랑 아슬리이며, 앞서 5일 밤에도 강에서 낚시하던 같은 마을 주민들을 호랑이가 공격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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