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 출신 ⅓ 법적 지위 불확실…일도, 여행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제3국으로 보내진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 재소자의 3분의 1은 법적 지위가 불확실해 여전히 인권 유린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인권단체 리프리브(Reprieve)의 데이터를 토대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제3국에 정착한 이들의 약 30%가 현지에서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해외 추방에 취약한 상태로, 생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후 용의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운영한 시설로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됐던 곳이다.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석방된 약 150명은 고국 귀환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이 중재한 협정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 등 제3국으로 이송됐다.
이 중 45명가량은 정착 시 거주 서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 없이는 일하거나 여행할 수 없고, 가족을 만날 수도 없다. 결국 이곳에서 다시 몇 년씩 구금되는 일도 발생한다.
일례로 14년 넘게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UAE로 이송된 라빌 밍가조프는 러시아에서 온 무슬림 타타르인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면 종교 때문에 고문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UAE행을 택했다.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독방에 감금돼 심한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가디언에 "관타나모 수용소가 좋은 곳이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그곳은 세계 최악의 감옥이지만, 지금 UAE에 비하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석방 후 2016년 세르비아로 간 예멘인 만수르 아다이피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관타나모 2.0'이라 불렀다. 그는 현지에서 지속적인 감시 등으로 생활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리프리브 관계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를 전담하는 국무부 내 전담 조직을 폐쇄하면서 문제 해결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원래 관타나모 수용소 재소자들을 위한 해결책을 찾고 재정착한 이들의 상태를 모니터하는 임무를 맡은 부서가 있었지만 폐쇄된 후에는 국무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제3국의 미 대사관에 문의하면 대체로 '더이상 우리 소관이 아니다. 이들의 권리는 현지 정부에 있으며, 이들 인권이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다'고만 답한다고 리프리브는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UAE에서만 22명이 추방돼 예멘, 아프간 등으로 갔다. 예멘인 중 한 명은 현재 민병대에 억류됐고, 아프간인 한 명은 고문과 학대, 치료 소홀로 사망했다.
세네갈에서도 2018년에 2명이 리비아로 강제 송환됐으며 이들은 현지 민병대에 억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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