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48억원 투자 계약…법원 회생계획안 인가 절차 남아
회생안 채권단 반발 가능성…추가 자금 조달 '과제'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003620]를 인수하는 M&A(인수·합병) 투자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8부 능선'을 넘었지만, 여전히 인수 종료까지는 회생계획안 인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3천48억원가량을 쌍용차에 투자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잔금 납입이 완료되고, 법원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에디슨모터스와 사모펀드 운용사 KCGI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된다.
◇ 채권단 회생계획안 동의 '미지수'…변제율이 관건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가 본계약 체결을 했지만, 채권 변제 비율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 인가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으로부터 받은 인수금액 활용 방안을 담아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고, 이를 3월 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어 관계인 집회를 열고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해당 기간 법원은 채권자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을 진행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채권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회생계획안에 담긴 채권 변제 비율이 낮을 경우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채권 상환에 활용될 예정인 인수대금이 총 채권액에 턱없이 미치지 못해 회생채권 변제율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의 공익채권 규모는 3천900억원이며, 회생채권을 합치면 부채 규모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된다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로 인가하거나 회생절차를 종료하고 청산 절차에 착수할 수도 있다.
채권단의 동의를 받더라도 법원이 최종 심사를 통해 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법원이 채권자들의 동의를 거친 계획안을 부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울러 회생계획안에 구주 소각과 감자 등이 포함된다면 기존 주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통상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의 경우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에 대해 소각 또는 감자가 이뤄지지만, 비교적 적은 인수대금을 고려하면 소액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까지 무상감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키스톤PE 빠진 컨소시엄…자금조달은
애초 사모펀드 운용사 KCGI, 키스톤PE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에디슨모터스는 키스톤PE가 약속한 투자 유치를 이행하지 않자 키스톤PE를 컨소시엄에서 제외했다.
키스톤PE가 에디슨모터스에 구체적인 쌍용차 사업계획서를 요구하면서 투자 결정이 유보됐고, 에디슨모터스가 키스톤PE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투자가 백지화됐다.
에디슨모터스는 키스톤PE가 애초 투자하려고 했던 1천50억원가량을 KCGI로부터 추가로 투자받는다는 계획이다.
KCGI는 기존 투자금 이외에도 추가 투자를 위해 해외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문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에 대한 우려는 입찰 초기부터 제기됐다. 2020년 기준 매출이 897억원인 에디스모터스가 매출 2조9천297억원인 쌍용차를 경영할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외부 투자 유치와 자산 담보 대출을 통해 인수자금과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운영자금 7천억~8천억을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산은이 대출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자금력에 대한 우려는 증폭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 직접 개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자금력 우려를 불식하려 했지만, 오히려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리고 인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평택시는 부지 개발은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고, 일각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평택공장 부지 개발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평택공장 부지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전기차 개발 등 전동화 전환이 시급한 쌍용차 입장에서는 부동산으로 이익을 내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시공사로부터 선금을 받고, 새로운 공장을 건립한 뒤에야 현 공장 부지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준비가 안 됐는데 계약 체결을 하겠는가"라며 "투자하겠다는 해외 투자자 등도 많다"고 말했다.
◇ 쌍용차-에디슨모터스 '원팀'될까…깊어진 갈등
회생계획안 최종 인가라는 관문이 남았지만, 투자 본계약 체결로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는 사실상 한 가족이 됐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경영진이 투자 계약 협상 과정에서 대립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가 운영자금을 활용하기 전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쌍용차는 '월권행위'라며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아울러 쌍용차의 전기차 개발 현황과 기술 자료 등도 요구했지만, 쌍용차는 기업 기밀을 이유로 공유할 수 없다고 맞섰다.
에디슨모터스는 투자 계약이 체결되면 사실상 인수자로 확정되는 상황에서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에디슨모터스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쌍용차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회의를 취소하는 등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경영 참여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기업 기밀 자료는 공유하지 않고 자금 활용은 사전 협의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회생계획안 인가 전까지 자금 사용처를 두고 또다시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강 회장은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경영진(임원)을 두고 쌍용차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며 "업무협약을 통해 쌍용차를 망치는 일을 못 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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