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여진 지속…방지책 마련 요구 비등

입력 2022-01-11 11:40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여진 지속…방지책 마련 요구 비등
현·차기 CEO 등 임원들 스톡옵션 받고 매각해 800억원대 차익
전문가 "소수주주 동의제 등 필요"…카카오 "가이드라인 등 마련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한혜원 기자 =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의 '먹튀' 논란을 계기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10일 자진 사퇴했지만,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주주 신뢰가 약해진 카카오 계열사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비등한 상황이다.
게다가 류 대표를 제외한 카카오페이 임원 7명의 거취도 미정이어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식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카카오 혁신이미지 추락…직원·주주 불신
1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회사 상장 약 한 달 만이자 코스피200 지수 편입일인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번 '먹튀' 사건으로 여론이 비등하자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에서는 물러나겠다고 10일 밝혔으나, 경영 공백 가능성을 이유로 3월까지 카카오페이 대표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로 내정된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CSO)을 포함해 이번 주식 매각에 류 대표와 함께 가담한 다른 카카오페이 임원 7명의 거취에 대해서는 카카오나 카카오페이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카카오 측의 사태 수습책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와 그 계열사들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1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전날 9만6천600원으로 하락하며 작년 4월 액면분할(1주→5주) 이후 처음으로 10만원을 밑돌았다.
작년 11월 22일 장중 12만9천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해 2개월도 안 돼 25% 가량 급락한 것이다.
카카오 주가는 11일 오전에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경영에 책임을 지는 카카오페이의 현·차기 경영진이 코스피200지수 편입이라는 호재에 맞춰 지분을 팔아치운 행위에 대해 허탈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오전 카카오페이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는 "주인이 버린 주식 뭐가 가망이 있다고 들락거리나", "카카오는 모든 부서와 기능을 쪼개 상장하는 것이 목표", "자본시장을 흔드는 야바위" 등 불안감을 표출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 노조가 지난 5일 류 대표의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퇴를 촉구한 게시글에는 1천900명이 넘은 직원이 실명으로 동의했다. 노조는 카카오 창사 이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전문가들 '카카오식 먹튀' 방지책 필요성 지적…카카오 추가 대응 주목
다른 카카오 계열사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이번과 같은 '카카오식 먹튀' 재현 가능성이 우려되는 점도 카카오를 둘러싼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동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달 2일 스톡옵션 132만주를 받아 회사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한 130억원대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진수 대표는 이 회사 지분 3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추진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들이 류 대표와 신 내정자처럼 '쪼개기 상장' 후 한날한시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직원들과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액 주주들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기업 상장이나 인수·합병(M&A), 분할 등 제도가 지배주주들이나 경영진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돼있디"며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는 소수 주주 동의제를 상법이나 상장 규칙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간 M&A와 대규모 내부거래 등 지배주주의 이해와 관련된 거래는 비지배주주인 소수주주의 다수결로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카오 노조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와 같은 강도 높은 예방 대책 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을 계기로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매도에 대한 모든 리스크를 점검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을 비롯해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arrison@yna.co.kr,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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