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출신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 "성공 가능성 보여줬다"
박정규 서울의대 교수 "사람에 이식 큰 의미…결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이종(異種) 이식 연구 분야에서는 말 그대로 한 획을 그은 거죠.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말기 심장질환 환자가 사흘째 생존하고 있다는 소식에 장기이식 분야 권위자인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11일 이런 의견을 밝혔다.
이종 이식은 인간의 조직 및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특수하게 개발된 동물의 조직 및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장기이식 대기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이식에 필요한 장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대 연구팀이 돼지의 신장을 신부전 증상이 있는 뇌사 상태 환자에게 이식해 거부반응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전(前)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인 박정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종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해 장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제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까지 보고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종 이식에서 제일 문제가 됐던 초급성(超急性) 거부 반응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고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메릴랜드대 임상을 비롯한 이종 이식 연구는 장기이식 대기자의 시간을 벌어주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당장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이나 간 질환을 앓는 환자가 일단 이종 장기 이식을 받음으로써 뇌사자로부터 인간 장기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주 대표는 "간이나 심장을 이식받지 못하면 당장 생존할 수 없는 환자들은 이종 이식으로 한 달이 됐건, 6개월이 됐건 적합한 장기를 이식받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이종 이식으로 계속 생존하는 게 최종 목표이긴 하지만 간이나 심장의 경우는 일정 기간 살릴 수 있는 것도 큰 의미"라고 했다.
김 대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1994년부터 2019년까지 이식외과 교수로 근무하며 장기이식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형질전환돼지의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오다 관련 실험 등을 본격화하고자 2019년 이종 이식 기술 전문기업인 제넨바이오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메릴랜드대 사례가 국내 연구자들에게 이종 이식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을 제시한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김 대표와 박 교수는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넨바이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형질전환 돼지의 췌도를 제1형 당뇨병 환자에 이식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돼지 췌도 이식은 소아에 주로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의 근본적 치료법이어서 학계와 환자들의 관심이 많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으로, 췌도 이식을 받아야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보통 뇌사자 2∼4명에서 췌도를 분리해야만 1명에 이식할 수 있어 사람 간 이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임상이다 보니 까다롭게 심사를 받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지속해서 만들면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이 진행되고 국내에서도 활성화되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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