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신냉전 최전선'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가능할까

입력 2022-01-11 15:51  

미·러 '신냉전 최전선'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가능할까
우크라이나 둘러싼 위기 근본 원인…러시아 극렬히 반대
가입금지 법적보장 어려워…우크라 가입은 시간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가 뜻대로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서방과 러시아가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위기의 근본 원인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東進)으로 자국 안보가 위협받는다면서 이번 서방과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나토의 확장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가 독일 통일 과정에서 통일 독일의 영토를 넘어서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옛 소련권 국가를 받아들여 확장을 계속했다고 주장한다.
나토는 1999년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3국을, 뒤이어 2004년에는 발트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을 끌어들이며 확장했다.
2009년에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나토에 가입했다. 2017년에는 몬테네그로, 2020년에는 북마케도니아가 가입해 나토 동맹국은 30개국으로 늘어났다.
나토는 또 2008년에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후 이들 국가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켰다.
특히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두고 "러시아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가 즉각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일촉즉발의 위기속에서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양측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러시아 회담에서도 러시아 측의 안전보장 요구 안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나토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처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핀란드, 스웨덴 등 러시아에 인접한 북유럽 국가도 러시아의 위협을 느낄 경우 나토 가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나토 확대를 막으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오히려 나토 가입국이 늘어나는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핀란드는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면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신년 연설에서 "핀란드는 언제든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에 가입한 노르웨이와는 달리 EU 회원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군사적으로는 중립을 지킨다.
그러나 최근 동유럽과 발트해 지역 등 나토와 러시아 간 접경 지역에서 양측이 무력을 증강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등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지자 양국은 나토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와 대치 국면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력을 다시 한번 사용한다면 혹독한 경제, 정치적 대가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단합돼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서방은 러시아 측에 군사행동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지는 한층 강해졌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2014년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는 법률을 가결했고 2016년에는 나토 가입을 대외 정책 목표로 설정한 법률 개정안을 승인했다.
2019년 5월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 정권이 추진한 친서방 정책 노선에 변화가 없다고 천명하고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선택이며 헌법에 명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미온적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가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강화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아직 집단안보 원칙을 규정한 나토 헌장 제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12일 나토·러시아 회담에 이어 13일에는 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협상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다.
나토와 러시아 간 회담은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형식으로 열린다. NRC는 양측 간 분쟁을 막고 협력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2002년 설치된 기구다.
OSCE는 나토 회원국과 옛 소련 국가, 모든 유럽 국가를 포괄하는 범유럽 안보 협의체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안전보장 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국의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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