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자 추천·동의받은 비상임이사 1명 선임해야
공운법 개정안 국회 통과…노동계 "노사갈등 줄일 것", 재계 "노조 영향력 커져"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김다혜 기자 =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131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가 생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며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날 처리된 공운법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비상임이사 1명을 반드시 이사회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동 이사는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가 맡을 수 있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 36곳과 국민연금공단,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준정부기관 95곳(통폐합된 한국광해관리공단 제외) 등 131곳이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일부 금융 공공기관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한국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기타 공공기관이므로 법적 대상은 아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도입 기관은 개정안 시행 전 노사 합의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이사 선임 절차를 마련하고, 오는 7월께부터는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 도입 기관들과 노동이사의 자격 요건 등 구체적인 노동이사제 도입 절차를 논의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노동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이 사업 계획과 예산 등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데 노동자 목소리가 반영될 길이 공식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명백하다. 폐쇄성과 비민주성을 걷어내는 것으로, 그 방법이 바로 노동자의 참여이고 국민의 견제이며 그 시작이 바로 노동이사제"라고 밝혔다.
반면 재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우려를 보인다.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고,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 기업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강성 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친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부문으로의 노동이사제 확산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재위에서 민간부문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그건 별도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그때는 공운법이 아니라 상법과 같은 다른 법체계에서 다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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