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사회복지기금 '강제 기부' 압박
(모스크바·알마티=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상욱 통신원 =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신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반정부 시위 뒤 정국 수습에 나섰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국영 하바르24 TV 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된 하원 연설을 통해 신임 총리 후보자로 알리한 스마일로프(49) 제1부총리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스마일로프 총리 후보자는 재무장관, 대통령 보좌관을 거쳐 2020년 5월 제1부총리직에 임명됐다.
카자흐스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원내 교섭단체와 협의해 총리 임명 동의안을 하원에 제출하고, 동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신임 총리는 10일 이내에 새 내각 구성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에 발생한 비극적 (유혈 시위) 사태는 상당 부분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와 일부 국가기관의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업무 탓"이라고 자인했다.
이어 "새로운 정부 구성안과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그간 이번 반정부 유혈 시위를 국내외 극단주의 테러 세력이 주도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연설에서는 정부의 무능함에 책임을 돌렸다.
또 내각에 일부 기업의 자본 해외 유출 시도를 차단하라고 지시하고 보건·교육·사회복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사회복지기금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새로 조성되는 사회복지기금에 정기적으로 상당한 자금을 낼 것을 기대한다"라고 압박했다.
이어 "초대 대통령 '엘바시'(국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덕에 국내에 아주 큰 수익을 내는 기업과 국제기준으로도 부자인 갑부 계층이 생겨났다"면서 "국민에 합당한 몫을 돌려주고 제도적, 정기적으로 국민을 도울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을 겨냥한 이같은 발언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대기업 지원 중심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앞서 2일 차량 연료 가격이 급등하자 서부 지역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가 전국적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에 국가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령을 선포하고 군경을 배치해 유혈 진압했다. 현지 보건부는 9일까지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16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정부는 시위를 진압하려고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러시아를 위시한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회원국은 6일 2천5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 발발 뒤 내각 총사퇴안을 받아들이고 스마일로프 제1부총리에게 총리 권한 대행을 맡겼다.
정부군과 경찰은 한때 무장시위대에 점거됐던 알마티 국제공항과 관공서를 10일 모두 탈환했다.
10일부터는 시내 대중교통이 다시 운행을 시작했고 쇼핑몰, 상가도 점차 영업을 재개했다. 한동안 끊겼던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도 재개통됐으나 여전히 연결이 불안하다.
almatykim6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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