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인텔, 왕좌 내줄 듯…미국에 상징적인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인텔이 곧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자리를 삼성전자[005930]에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는 인텔에 근소하게 앞섰다. 양사의 연간 실적이 모두 나오는 것은 이달 말이지만 인텔이 삼성전자에 '왕좌'를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미 인텔의 전성기가 지난 것으로 여긴다. 대만 TSMC와 엔비디아 같은 다른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인텔의 3배가 넘는다.
인텔은 여전히 삼성이 리드하는 메모리칩보다 훨씬 복잡한 컴퓨터 프로세서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높은 이익 마진을 붙여 막대한 현금을 긁어모은다. 하지만 삼성이 인텔을 추월하는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통신은 반도체의 지정학적 영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인텔이 2위로 내려앉으면 "미국에는 상징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실리콘밸리 탄생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인텔은 지난 30년간 4천억 달러(약 478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을 지배했다.
지난해 2월 인텔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팻 겔싱어는 반도체 생산기술 핵심 분야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부문을 신설해 TSMC와 삼성전자가 장악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박수를 보냈지만, 점점 높은 비용과 소요될 시간을 염려하고 있다.
TSMC와 삼성의 부상,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타격, 미중 갈등 고조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미국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높였다.
인텔이 최대 반도체 업체로 올라서기 2년 전인 1990년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37%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비중이 12%로 감소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에 대한 장비 판매 제한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겔싱어 CEO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500억 달러(약 59조7천억원)를 투자하자는 제안을 앞장서서 지지해 왔으나, 의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겔싱어가 인텔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는 와중에도 회사를 탈바꿈시키려 한다면서도 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면서 "일단 뒤처지면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은 너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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