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 도입에 금융권 노조추천이사 요구 거세지나

입력 2022-01-11 16:33  

노동이사 도입에 금융권 노조추천이사 요구 거세지나
수출입은행 노조추천 이사선임 선례…기업은행 등 시도
민간 금융권으로도 확산 가능성…KB노조 "올해도 이사추천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국회가 11일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금융권에선 법안 통과의 파장이 어떻게 미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안 통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노조추천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노조 측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민간 부문의 노조추천이사제 확산으로 곧장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 기관은 공운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개정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관련해 그동안 결정된 바가 없었다 보니 아직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안은 없다"며 "법 시행까지 6개월의 기간이 있으므로 정부와 협의해 개정 사안에 대해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공운법 운영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다른 기관의 동향 및 도입 추이를 살펴보며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법 통과로 국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수출입은행에서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임명된 바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024110]과 캠코에서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실제 선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은 기타공공기관에 해당해 이번 공운법상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동이사제 대상 기관은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이다.
민간 금융사에서의 노조추천이사 임명 요구 확산도 예상된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2017년부터 주주권 행사를 토대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했지만 그동안 성사되지 않았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올해도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출입은행의 선례와 이번 법안 통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다른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사측에선 이번 법안 통과의 여파를 주시하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 노조가 추진해온 이사 추천은 현행법 테두리에서 주주권을 기반으로 벌이는 활동으로 노동이사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번 개정법이 민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일단 법 시행 후 효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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