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고후 정몽규 회장 사과…안전대책 내놨지만 사고 재발에 무색
유병규·하원기 대표이사 광주 사고 현장에 긴급 투입…여론 '싸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외벽 붕괴 사고의 시공사가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현장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확인되면서 이 건설사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해 6월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사고 이후 광주 현장을 직접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한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지난해 건설현장 근로자가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작업중지권을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발생 원인과 위험 통제 모니터링을 하나의 시스템을 연결한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의 안전관리 강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부가 광주 재개발 현장 붕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어서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는 이날 건축물 관리법을 개정해 해체 설계에서 중요한 '해체계획서'를 건축사·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해 지방건축위원회의 해체 심의를 받도록 하고, 소규모 건축물도 주변에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해체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관련 기준을 강화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앞서 지난 6일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그동안 안전사고에 대한 뉴스를 보면 '갑자기 크레인이 무너져서', '갑자기 벽이 무너져서', '갑자기 불이 나서'…이렇게 귀한 생명을 잃은 분들이 너무나 많았고 중대재해가 날 정도라면 그 현장은 이미 잘못된 것"이라며 "'건설 현장은 원래 위험하다'는 말은 지금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건설현장의 안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광주 건설 현장에서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은 이날 사고 소식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또 사고 재발로 인한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날 사고 직후 곧바로 유병규·하원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포함한 본사 임직원을 현장으로 급파해 현장 수습과 원인 파악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급선무인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향후 대책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건설사의 시공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재발하면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네티즌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모든 아파트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두 번 연속 이런 사고를 내다니 회사를 신뢰하기 어렵다", "주택사업에서 손 떼라"는 등의 격한 반응도 나왔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고가 이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당혹해하고 있다.
건설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일각에선 그간 정부가 마련한 중대재해법에 대해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는데 잇단 사건 사고로 인해 반대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도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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