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학교 경비원 밀어붙인 고급 외제차 '갑질'에 싱가포르 시끌

입력 2022-01-12 09:51   수정 2022-01-12 17:49

60대 학교 경비원 밀어붙인 고급 외제차 '갑질'에 싱가포르 시끌
"출입증 있었지만 '새치기' 때문에 경비가 막아"…장관들도 나서 "용납 안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고급 외제차 운전자가 등교 시간대에 '새치기'를 하려다 차량 진입을 막은 학교 경비원을 밀어붙이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장관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싱가포르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련의 '부유층 갑질 사건'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CNA 방송 등 현지 언론은 60대 학교 경비원을 차량으로 밀어붙인 61세 벤틀리 운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지난 11일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흰색 벤틀리 차량 앞을 학교 경비원이 막고 서있고, 다른 학교 직원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조수석 승객이 다시 차에 탄 뒤 벤틀리 차량은 몇 번에 걸쳐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이를 막던 경비원은 차량 앞 범퍼에 부딪힌 듯 무릎 쪽에 손을 올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건 이후 경비직노조(USE)는 경비원인 네오 아 왓(62)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벤틀리 차량 운전자를 고발했다.
레미언드 친 USE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네오씨가 오른쪽 무릎이 아파 병원 검사를 받은 결과 사흘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네오씨는 현재 집에서 회복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친 사무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건은 오전 7시30분께 일어났으며, 이 시간은 부모들이 차량에 아이들을 태우고 와 학교에 내려주는 분주한 시간대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벤틀리는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이 있었지만, 기다리던 다른 차들 앞으로 끼어들기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일부 영상에는 이 벤틀리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지어 있는 차선이 아닌 옆 차선으로 주행하다 입구가 아닌 출구 쪽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잡혔다.
이 때문에 네오씨가 벤트리의 학교 진입을 막은 것이라고 친 사무장은 설명했다.
USE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민간경비업법이 개정돼 민간 경비원들에 대한 신체 또는 언어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데스먼드 탄 내무부장관은 네오씨가 학교의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차량 앞에서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서 "안전을 담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비원들을 향한 폭력적 행위는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찬춘싱 교육부장관도 SNS에 교육부가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우리의 학교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이들에게 가해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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