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내 중세 유적 말뼈 분석 결과, 평균키 144㎝ 불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영화 속 중세 기사가 타던 군마들은 성인을 압도하는 큰 동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늘날 조랑말보다도 작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엑시터대학교에 따르면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로 이뤄진 연구팀은 영국 내 171개 중세 유적지에서 발굴된 1천964마리의 말뼈를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국제 골(骨) 고고학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300∼1650년 군마의 평균 키는 14.2 hh(hand high). hh는 말의 어깨까지 키를 나타내는 손바닥 폭을 이용한 단위로 1h는 4인치, 101.6㎜를 나타낸다. 군마의 평균 키를 ㎝로 환산하면 144㎝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영화나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중종마인 샤이어(shire) 말의 17∼18 hh(173∼183㎝)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연구팀은 13∼14세기에는 왕실 종마조차도 15hh(153㎝)를 넘는 키를 가진 큰 말이 드물었으며, 이정도 크기만으로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아주 크게 여겨졌다고 했다.
노르만 왕조 때 가장 큰 말이 약 15hh였다는 기록이 트로브리지성에서 나왔으며, 16hh 말은 중세 성기(盛期)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제시됐다.
오늘날과 같은 큰 말이 일반화된 것은 중세 이후인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중세 때 말의 크기를 키우는데만 집중한 것은 아니며 장거리 원정 공격이나 마상시합 등처럼 다양한 목적에 맞춰 말을 육종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군마의 육종과 훈련은 말의 기질과 같은 행동적 특성과 생물학적,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엑시터대학 앨런 아우트램 교수는 "중세 성기의 군마가 상대적으로 키가 컸을 수 있으나 이마저도 오늘날 생각하는 것보다 여전히 훨씬 작았다"면서 "왕실 종마의 육종 관행이 크기만큼이나 말의 기질이나 전장에 적합한 신체적 특징을 갖게 하는데 맞춰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 책임저자인 올리버 크레이턴 교수는 "군마는 신분의 상징이자 전쟁 무기로서 중세 영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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