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럽연합(EU)이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를 상대로 유럽 진입에 빗장을 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바누아투의 투자이민 제도가 심각한 결함과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EU와 바누아투 간 관광 비자 면제를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C는 특히 바누아투가 본격적으로 투자이민 제도를 실시한 2015년 5월 이후 발급된 바누아투 여권을 소지한 이들에 대해 비자 면제를 유예하자고 했다.
이 방안이 EU 회원국 사이에서 확정되면 바누아투는 비자 면제와 관련해 EU로부터 처음 제재를 받는 나라가 된다.
또 제재는 바누아투가 투자이민 제도의 결함을 보완할 때까지 계속된다.
EU는 그동안 비자없이 유럽을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나라의 이른바 '황금 여권'이 자칫 EU의 안보를 저해하고 돈세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바누아투는 외국인이 13만 달러(약 1억5천만원)만 내면 시민권과 여권을 발급해 주고 있으며, 외국인들은 이 여권을 갖고 비자 면제를 적용 받아 EU의 27개 회원국을 드나들 수 있다.
EU 측은 바누아투가 투자이민 신청자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인터폴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경우에도 시민권과 여권을 취득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EC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브뤼셀 주재 바누아투 대사관 측의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EC는 바누아투 외에도 카리브해와 태평양 지역, 몬테네그로와 알바니아 등 동유럽 국가, 몰도바 등 EU와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으면서 투자이민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하려는 나라들을 주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들도 자체적으로 돈 많은 이들에게 여권이나 비자를 내 주고 있지만, 사이프러스와 몰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EU 규정을 따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EU는 사이프러스와 몰타 두 나라가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문제가 있는 여권 발급 제도를 중단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kj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