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 사체로 유인해 밀렵한 듯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밀렵꾼들이 보호종인 야생 호랑이를 불법으로 사냥한 것도 모자라 그 고기를 구워 먹으려던 일이 발생했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서부 깐차나부리주 통파품 국립공원 내 한 야영지에서 순찰대원들이 벵골 호랑이 두 마리의 생가죽과 무기류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10명으로 구성된 순찰대는 미얀마와의 국경 인근에서 야생 동물에 대한 밀렵이 이뤄질 거라는 제보에 따라 국립공원 내를 순찰 중이었다.
이들은 지난 9일 오전 10시께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3∼4㎞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연기를 따라간 순찰대는 개울 옆에 설치된 야영지에서 밀렵꾼 5명을 발견했다.
데리고 다니는 개들이 순찰대를 보고 짖자 이들은 급히 일어나 숲속으로 도주했다.
순찰대가 뒤쫓았지만, 밀렵꾼들을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야영지로 돌아온 순찰대는 밀렵꾼들이 벵골 호랑이 고기를 굽고 있었던 사실을 발견했다.
근처에는 두 마리 호랑이의 생가죽이 말려지고 있었다.
호랑이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암소 사체도 바로 옆에서 대나무에 묶인 채 발견됐다.
순찰대는 야영지에서 총 4자루와 각종 밀렵 장비 약 30개도 발견해 압수했다.
이틀 뒤에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한 남성이 순찰대원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순찰대가 압수한 엽총 중 한 자루가 인근 지역 자원봉사단 중 한 명의 것이라며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자신은 물론 자원봉사단의 이름까지 언급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국립공원 순찰대 측은 이름이 거론된 두 명의 소재 파악을 경찰에 요청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당국이 지속해서 보호 정책을 펴온 결과, 전국 31곳의 보호지역에서 서식 중인 야생 호랑이는 200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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