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규제 상시화 속 내부 회의서 강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최고 부호인 마화텅(馬化騰·포니 마) 텐센트(騰迅·텅쉰) 회장이 내부 행사에서 자사가 언제든 다른 곳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중국 경제 매체 완뎬(晩點)에 따르면 마 회장은 작년 말 열린 회사 송년 행사에서 "텐센트는 국가 발전 속에서 혜택을 본 보통의 회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절대 무슨 인프라 사업자 같은 것이 아니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 회장은 "앞으로 텐센트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는 가운데 조력자 및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마 회장이 중국 당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가 '뉴 노멀'로 정착한 가운데 최대한 몸을 낮추고 당국의 정책 방침에 순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마윈(馬雲)이 창업한 알리바바와 더불어 중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이용자가 12억명이 넘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와 함께 중국의 전자결제 시장을 양분한 위챗페이(웨이신즈푸·微信支付)를 운영하고 있어 실제로는 마 회장이 언급한 '보통의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텐센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게임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방대한 투자를 통해 거의 모든 중국 인터넷 분야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텐센트의 현 시가총액은 약 4조5천600억 홍콩달러(695조원)로 업종을 불문하고 중국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기업이다.
마화텅과 마윈은 중국의 인터넷 시대 발전기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두 명의 사업가로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각자의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거침없는 대외 발언을 내놓던 마윈과 달리 마 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발언을 극도로 꺼리는 신중한 태도로 대조를 이뤘다.
공개 장소에서 당국의 규제를 정면 비난하는 설화(舌禍) 사건을 일으키고 나서 마윈이 추락한 것과 달리 마 회장은 몸을 낮추고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텐센트가 알리바바보다 더 '부드러운' 규제를 받는 데 이런 창업자들의 스타일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있다.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강력한 영향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움직임을 보인다.
텐센트는 작년 무려 20조원대에 달하는 징둥(京東) 주식 4억5천여만주를 자사 주주들에게 특별배당 형식으로 나눠줬는데 이는 중국의 핵심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에 대한 지배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이례적인 조처로 평가됐다. 배당 후 텐센트의 징둥 지분은 17%에서 2.3%로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무질서한 자본의 확장 반대'라는 당국의 정책 기조에 순응해 향후 단계적으로 투자사 지분을 처분하면서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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