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 "시리아 아사드정권 고문책임자 무기징역" 선고

입력 2022-01-14 04:27  

독일 법원 "시리아 아사드정권 고문책임자 무기징역" 선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 자행 고문 법정서 첫 단죄…인권단체 "획기적 판결"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법원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하에서 살인과 고문, 성폭력 등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비밀정보기관 소속 수도 다마스커스 수사 책임자 겸 교도소 운영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국가 차원에서 자행한 고문 범죄를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단죄하는 판결이다.


독일 코블렌츠 고등법원은 13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서 수사팀을 이끌면서 알 카티브 교도소 운영을 책임져온 비밀정보기관 소속 안와르 라슬란 대령(58)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이 전했다.
법원은 그가 받는 27차례 살인과 25차례의 고문, 2차례의 성폭력 등 반인도 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알 카디브 교도소에서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최소 4천여명의 재소자가 구타나 성폭력, 전기쇼크 등의 고문을 당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문을 당하다 사망했다.
재소자들은 비좁은 감방 안으로 밀어 넣어져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정신을 잃고, 일부는 자살을 시도했다.
시리아의 비밀정보기관과 교도소는 아사드 정권이 야권을 진압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다.
이번 재판은 반인도 범죄에 대한 보편관할권을 근거로 독일 법정에서 이뤄졌다.
독일 연방 검찰은 라슬란이 30건의 살인과 4천건의 고문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중 증인들이 목격한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라슬란의 변호인 측은 그가 직접 고문을 가하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고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물론,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면서 "그는 사망을 최소한 묵인했고, 그의 지시는 교도소 내에서 이행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고문을 하라고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됐다"면서 "고문은 수십 년째 훈련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하면서 알 카티브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겪어야 했던 상상할 수 없는 처참함을 반복해서 거론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알 카티브 교도소 재소자들을 비롯해 80명 이상의 증인이 법정 증언을 했다.
2011년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집권한 이후 수만명이 고문을 당하고, 10만2천명이 강제로 실종됐으며 1만4천500명이 고문으로 살해됐다. 라슬란은 이런 국가 고문 장치의 부속품이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획기적이라면서 환영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대표는 "역사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독일지부 마르쿠스 비코 사무총장도 "이번 판결은 면죄에 대항한 전세계적 투쟁에 역사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2015년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독일 내 시리아 출신 망명자들은 이 판결이 시리아 내 책임자들에 대한 신호가 되기를 희망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대륙으로 밀려들었던 2015년 유럽 난민위기 당시 독일은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구호 아래 상한을 두지 않고 난민을 받아들인 바 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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