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미얀마·중·러가 상위권…북한은 10건 미만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재무부가 작년 한 해 해외의 개인과 기관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건수가 76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제재를 외교 정책의 주요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지만, 이전 정부에 비해 인권에 초점을 맞춘 제재가 많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미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재무부의 지난해 국가별, 주제별 제제 프로그램에 따른 제재 대상 지정 조처를 분석한 결과를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국가별로 마련한 제재 프로그램에 따른 제재는 34개 국가에 시행된 가운데 벨라루스가 1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얀마 76건, 중국 70건, 러시아 54건 등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국가별 제재 프로그램을 활용했음에도 인권 탄압을 문제 삼은 조처가 많았다는 점이다.
벨라루스는 대선 부정 의혹과 '이민자 밀어내기' 등으로 미국 등 서방과 갈등을 빚었고,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곳이다.
중국과는 전방위 갈등 속에 인권 탄압이 주요 충돌 지점 중 하나였으며, 러시아와는 인권 및 사이버 공격 등을 둘러싸고 큰 마찰을 빚었다.
북한의 경우 CNAS가 정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북 제재 프로그램에 따라 10건 미만의 지정이 있었다.
미국이 지난달 반인권 행위와 관련해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을, 해외 불법 취업 알선과 관련된 단체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이 그 사례다.
북한은 국가별 제재 프로그램에 따른 조처 건수 기준으로 9번째에 올랐다.
작년에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위를 계속했지만 대체로 제재로까지 직결되진 않았던 단거리가 많았던 영향일 수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와 외교를 내세우면서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기류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인권과 관련한 제재에 이어 지난 12일에는 탄도미사일 관련 제재를 하는 등 두 달 연속 대북 제재에 나선 상태라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에 강온 양면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주제별 프로그램에 따른 제재로는 인권 탄압을 고리로 한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상 지정이 17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국제테러지원조직 90건, 사이버 범죄 39건, 마약 밀매 36건 등 지정이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특징 중 하나는 주제별 프로그램에 따른 제재가 절반가량인 49%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는 특정국을 겨냥한 최대 압박 정책을 내세워 주제별 대신 국가별 제재 카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 4년간 이란의 경우 1천172건의 제재 중 국가별 제재 유형이 805건이었다. 베네수엘라는 272건 중 245건이, 북한은 173건 중 170건이 국가별 제재 유형에 속했다.
CNAS는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별 제재를 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인권탄압, 부패, 불법 사이버 활동 등과 관련된 용어를 사유에 포함하고 있다며 미국 단독이 아니라 동맹과 결합한 제재에 나서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라진 특징으로 꼽았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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