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돼지고깃값 폭등에…악어고기 수요↑·돼지머리 대신 생선

입력 2022-01-14 10:55  

태국 돼지고깃값 폭등에…악어고기 수요↑·돼지머리 대신 생선
1년 전 대비 거의 두 배…돈육 공급부족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혹 확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의 가격이 최근 몇 개월 새 폭등하면서 대체재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네이션은 14일 돼지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악어 고기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콘파톰주의 한 악어농장 주인은 최근 페이스북에 소매상에게는 악어 고기를 1㎏당 105밧(약 3천700원)에 팔고, 도매상에게는 최소 30㎏을 살 때 ㎏당 70밧(약 2천500원)에 판매한다고 소개했다.
최근 태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만 해도 ㎏당 150밧(약 5천300원) 정도 하던 것이 지난해 말부터 200밧을 훌쩍 넘어서 230밧(약 8천200원) 안팎까지 급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260밧(약 9천300원)까지 치솟았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달 말엔 음력 설까지 있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주의 다른 악어 농장에도 전날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악어 고기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농장주는 30년 넘게 악어 농장을 운영해왔으며, 몸길이 최대 5m 이상의 대형을 비롯해 다양한 크기의 악어 1만2천 마리를 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돼지고깃값이 비싸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이제는 악어고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악어 고기는 더 싸고 더 맛있으며 지방은 적고 단백질은 풍부하다"고 말했다.
네이션은 값이 크게 뛴 돼지고기 대신에 닭고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닭고기도 kg당 가격이 5밧(약 180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예전 같았으면 돼지머리가 올라갔을 제사상에 대체재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북부 차이야품주 주민들이 건강과 재물 복을 기원하는 제사행사 공물로 매년 올리던 돼지머리 대신에 최근 소금을 뿌려 구운 생선을 올린 것이다.
주민들은 돼지머리 가격이 예년에는 500∼600밧(약 1만8천∼2만1천원) 가량했었는데, 최근에는 800∼1천200밧(약 2만9천∼4만3천원)가량으로 거의 두 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언론에 "매년 새해 즈음에 아이들은 9마리의 돼지머리를 제사상에 바쳤는데 돼지머리 한 개에 가격이 1천밧(약 3만5천원)이 넘었다"면서 당국이 치솟는 돼지고깃값을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돼지고깃값 폭등에 대해 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경제활동이 재개돼 돼지고기 수요는 증가했지만, 사료 가격 상승 및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지 비용 증가로 영세 양돈농가가 대거 폐업해 공급이 줄며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월 초까지 인근 국가로의 돼지 수출을 금지해 공급 부족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당국 조사 결과 한 도축장에서 수거된 표본에서 ASF가 검출되면서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ASF 발병으로 인한 돼지 사육 규모 감소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정부가 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계속되고 있다.
ASF는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에게는 치명적으로 폐사율이 100% 육박해 살처분 외에는 감염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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