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추가제재 반대했지만 美동맹강화 명분제공 우려할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한의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대응이 새해 미중관계의 첫 시험대로 부상한 양상이다.
미국은 작년의 북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때와는 자못 다르게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고, 중국은 일단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후속 대응 논의에서 양국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올해 미중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 추가 제재 카드 꺼낸 미국
북한이 지난 5일과 11일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단행한 뒤 미국은 독자 제재와 유엔 안보리 제재 두 카드를 동시에 빼 들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사일 물자 조달 등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렸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유엔 제재를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이 추진 중인 유엔 제재는 미국이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개인과 단체를 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추가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1년 차인 작년 잇달아 이뤄진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발사때 주로 규탄 입장을 내는 동시에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선에서 대응했으나 새해 들어 이뤄진 두 번의 발사 뒤에는 작년과 다른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 카드를 확인한 북한은 14일 올해 3번째 발사체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미국의 의지를 시험했다.
추가 제재가 북한의 반발과 그에 따른 한반도 긴장 수위 고조를 초래할 가능성을 모르지 않을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낸 데는 북한의 태도로 미뤄 당장 대화를 하긴 어렵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중국과 관련한 정책적 고려도 반영했을 수 있어 보인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중시 외교를 펴고 있는 미국은 북한 도발을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및 아태 지역 내 군비 태세 강화 등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한미일 공조 강화 등은 대중국 견제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북한과의 긴장을 감수해가며 제재 카드를 뽑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 제재 반대한 중국도 올림픽 앞두고 '골치'
중국은 일단 미국발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속은 복잡해 보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올해 2번째 미사일 발사 당일인 지난 11일 "한반도 정세가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있는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미리부터 선을 그었다.
이어 왕 대변인은 13일 미국이 독자 대북 제재를 가한 데 대해 "툭하면 제재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북한의 올해 세 번째 발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14일 브리핑에서는 "관련국들이 성급히 판단하거나 과격한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은 표면상 북한 편을 들었지만 내달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딜레마로 다가온 양상이다. 중국 입장에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에 동의할 경우 북한의 추가적 행동에 따른 긴장 고조로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음을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좌절될 경우 미국은 북한 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동맹 강화 및 한반도 주변 군비 태세 강화 등 중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방향으로 더 빠르게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중국으로선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 및 군비강화 명분을 억제할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대북 기조에 무시 일변도로 대응키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적절한 선에서 대북 대응 수위를 협상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 새해 대만보다 먼저 한반도서 미중 관계 시험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2021년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었던 대만을 대신해 새해 한반도 문제가 미중 관계의 시험대로 먼저 부상한 형국이다.
작년 11월 영상으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 협력할 필요성을 논의한 바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문제와 연결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역시 미중 간 협력이 필요한 국제 안보 현안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 북한 문제는 국제 안보 현안인 동시에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영역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미중 간 의기투합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골치를 앓으면서도 러시아와 더불어 동북아에서 자국을 지지해줄 북한과의 관계를 방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앞으로 이뤄질 안보리에서의 북한 미사일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러시아와 연대해 미국 주도의 추가 제재를 좌절시킬지, 적정한 타협점을 찾으려 할지는 한반도 정세와 올해 미중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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