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논평…미 당국의 러시아인 포함 대북 제재 강력 비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인과 함께 러시아인과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외무부 사이트에 올린 공식 논평을 통해 "'북한의 모든 미사일 프로그램'(강조 표시 외무부)을 위한 부품 및 기술 공급에서 러시아 국적자 R.A.알라르와 러시아 회사 '파르섹'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미 국무부의 발표는 국제 접촉 문화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미국은 스스로 증거를 찾는 수고를 하지 않고, 꾸며낸 얘기로 사실을 대체하고,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억지스럽고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채널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국제 및 다자 체제의 틀 내에서 변함없고 일관되게 자신의 모든 비확산 의무에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미국은 높은 수준의 반(反)러시아 수사(修辭)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 사실 왜곡까지도 마다하지 않음을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 논평은 미국이 제재 목록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앞서 지난 12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국방과학원 소속 인사 5명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다롄과 선양 등지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한 부품 조달 업무를 담당했다고 재무부는 지적했다.
국방과학원은 북한 국방 군수공업의 '메카'로도 불리는 곳으로, 국방 관련 연구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물품과 기술 확보 등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하부 조직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인 1명과 러시아 기업 파르섹은 북한의 WMD나 운반 수단 개발과 관련한 활동 및 거래에 관여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같은 날 토니 블링컨 장관 명의의 별도 성명에서 "최소 2016년에서 2021년 사이 (제재 목록에 오른) 북한인 오영호(O Yong Ho)가 탄도미사일에 적용될 수 있는 여러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 기업 파르섹, 이 회사 개발 담당 이사인 러시아인 로만 알라르 등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이 거래한 제품에는 고내열성 케블라 실, 아라미드 섬유, 항공 오일, 베어링, 정밀 공작기계 등이 포함됐다면서, 러시아인 알라르는 북한인 오영호에게 고체 미사일 연료 혼합물 제조법도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영호와 알라르, 파르섹의 협력 관계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미사일 적용 제품 및 기술 조달의 핵심 원천이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파르섹은 지난 2009년 모스크바에 등록된 소매활동 회사로 파악됐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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