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 FBI와 장시간 대치하며 협상…랍비 등 4명 억류했다 1명 풀어줘
"미국에 분노, 폭탄 소지 협박"…온라인 예배 중 인질극 과정 생중계·
예배당 주변에 중무장 경찰특공대 배치…바이든, 긴급 보고 받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 유대교 예배당에서 괴한이 랍비 등 4명을 인질로 붙잡고 연방수사국(FBI), 경찰 특수기동대(SWAT)와 장시간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텍사스주 콜리빌 경찰 등 사법 당국은 15일(현지시간) 포트워스 북동쪽에 위치한 유대교 예배당에서 인질극이 발생함에 따라 대응 작전에 나섰다고 AP 통신과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남성 인질범 1명이 이날 오전 '베스 이스라엘 신도회' 유대교 예배당에서 성직자인 랍비를 비롯해 4명을 인질로 붙잡았고 오후 6시께(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들 중 1명을 풀어줬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번 인질극에 따른 인명 피해는 없었고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풀려난 1명도 다친 곳이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AP 통신은 사법 당국을 인용해 인질범이 테러 단체 알카에다와 연관된 파키스탄 출신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 석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와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인질범은 자신이 억류한 랍비를 통해 뉴욕의 저명한 다른 랍비에게 전화했고 미국이 시디키를 석방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뉴욕의 이 랍비는 전화 통화 이후 당국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레이디 알카에다'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진 시디키는 파키스탄 국적 여성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과학자다.
시디키는 2008년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과 테러 계획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있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혔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인을 공격·살해하려 한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지난 2010년 8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인질 사태가 발생하자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긴급 출동했고 뒤이어 중무장한 경찰 특수기동대와 FBI 요원이 현장에 배치됐다.
FBI 요원은 인질범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당국은 용의자의 무장 여부에 관해선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유대교 예배는 대면 행사와 함께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고 예배당을 찾은 인질범이 화가 나서 욕설을 하는 장면이 온라인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텍사스 현지 매체 스타텔레그램은 인질범이 이슬람을 언급하면서 "누군가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내가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예배 생중계는 인질 사태가 발생하면서 오후 3시께 중단됐고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온라인 예배에 참석한 신도 빅토리아 프랜시스는 로이터 통신에 인질범이 미국에 분노를 표출하며 자신이 폭탄을 가졌다는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다른 신도들은 인질범이 아피아 시디키를 여동생이라고 불렀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텍사스주 미·이슬람 관계 위원회는 시디키 오빠 모하마드 시디키가 이번 사태에 관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디키는 3남매 중 막내로 알려졌다.
아피아 시디키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이번 사태는 시디키와 그 가족과는 관련이 없다며 "시디키는 자신의 이름으로 어떤 사람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발표했다.
FBI 등 당국은 인질범의 신원과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질 사태 상황을 긴급 보고받았고 국가안보팀이 연방 사법기관과 접촉하고 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댈러스 등 주요 대도시 당국은 인질 사태 발생 이후 유대교 예배당과 유대인 관련 시설에 경찰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인질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