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보고서 발표…4초마다 1명 죽고 26시간마다 새 억만장자 탄생
빈곤층 코로나19 사망 확률 부자보다 몇배 높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부터 작년 11월말까지 세계 인구 99%의 소득은 줄고 10대 부자의 자산은 배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코로나19로 장기화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전 세계에서 의료 접근성 부족 등으로 인해 4초마다 1명씩 숨지는 비극이 반복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26시간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17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 주간을 맞아 내놓은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1억6천만 명 이상이 빈곤 계층으로 전락했다.
반면 세계 10대 부자의 자산 총합은 7천억달러(약 833조원)에서 1조5천억달러(1천786조원)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의 자산이 초당 1만5천달러(1천786만원), 하루 13억달러(약 1조5천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세계 10대 부자가 이 기간 벌어들인 수익의 99%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면 전 세계 인구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고 80개국 이상에 보편적 의료·사회보호 서비스와 기후적응·성 관련 폭력 예방에 필요한 비용을 댈 수 있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세계 10대 부자 남성 10명이 당장 내일 자산의 99.999%를 잃어도 여전히 지구상의 인구 99%보다 더 부유할 것"이라며 "그들은 이제 가장 가난한 31억 인구 전체보다 6배나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4초마다 한 명씩, 매일 최소 2만1천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 접근성 부족과 성 관련 폭력, 기아·기후 붕괴 등으로 전 세계 사망자를 보수적으로 추산한 수치다.
이런 죽음을 부르는 경제적 불평등의 이면에서는 26시간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시작된 뒤 자산 10억달러(1조2천억원) 이상 부호 2천755명의 자산은 5조달러(약 6천조원)가 늘어 이전 14년간(2007∼2020년)보다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국가·인종·성별 간 불평등도 더욱 악화한 것으로 지적됐다.
WEF의 '성 격차 보고서 2021'에 따르면 팬데믹 탓에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99년에서 135년으로 다시 늘어났다. 세계 여성의 수입은 2020년에 총 8천억달러(953조원)가 줄었고 직장이 있는 여성 수도 2019년보다 1천300만명이 감소했다.
인종·국가 간 불평등 역시 차이가 극심했다.
방글라데시 국민은 코로나19 2차 유행 기간에 영국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숨질 확률이 5배나 높았고 브라질의 흑인은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부채 수준이 급상승하면서 국가 간 불평등이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저소득 국가 국민은 부국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극빈층과 유색 인종이 코로나 사망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일부 국가에서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4배 가까이 높았다.
옥스팜은 이처럼 불평등으로 억만장자가 호황을 누리는 사이 수백만 명이 죽고 수십억 명이 빈곤에 처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정부가 즉시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스팜은 ▲ 최상위 부자의 팬데믹 기간 추가 수익에 세금을 부과해 보편적 의료·사회보호, 기후변화 대응, 성 관련 폭력 예장 등에 지원 ▲ 성차별적·인종차별적 폭력 근절하는 성평등 법률 제정 ▲ 노동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법적 기준 마련 ▲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지식재산권 공유 등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생산 방안 시행 등을 행동방안으로 제시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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