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회 연설…"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 표현 유지
'핵무기 없는 세계' 위한 국제현인회의 연내 히로시마 개최 목표
안보 3대 전략문서 연내 개정…방위력 근본적 강화 추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한국 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 주요 한일 갈등 현안과 관련, 한국 정부 주도의 문제 해결을 거듭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의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을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규정한 뒤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한국의 '적절한 대응'은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점기의 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은 한국 법원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 정부가 사법적 판단을 시정할 대책을 내놓으라는 주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직후인 작년 10월 8일 임시국회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에서도 같은 취지로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2차례의 국회 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 책임으로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노력 의지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이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조건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2002년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평양 회담 후 내놓은 북일 평양선언에 근거해 납치, 핵, 미사일 등 북한 관련 모든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양국 간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서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북한 미사일 기술의 현저한 향상도 간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미사일 문제와 군사적 균형의 급속한 변화 등에 대응해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전략문서를 연내에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속도감을 갖고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현실을 직시하는 '신시대 리얼리즘 외교'를 펼치겠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조기에 회담해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인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오는 21일 화상 회담을 열 예정이다.
그는 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호주, 인도 외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유럽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올 9월 수교 50주년을 맞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면서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대화도 거듭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피폭지 히로시마 출신인 자신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한다면서 각국 전·현직 정치 지도자들이 관여하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현인(賢人)회의'를 출범시켜 연내를 목표로 첫 회의를 히로시마에서 열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선 "헌법의 양태는 국민이 다 함께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선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정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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